“지금 나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과거는 현재로 이어지고, 현재는 또 미래로 이어진다. 누구도 이 말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은 당연하다고 말할 것이고, 불만족한 사람도 딱히 반박할 근거가 없다. 반박할 수 없는 인과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이 말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 지금 내 현재의 모습이 별로인 것은, 지금까지 내가 잘못 살아왔기 때문이야!’라며 후회해야 하냐는 말이다. 아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인과관계의 오류다.
지금 나의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라는 말에는, 인과관계의 오류가 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가 아니다. 과정일 뿐이다. 삶에서 결과를 운운하는 건, 지상 여정을 마쳤을 때 해야지, 지금 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삶이라는 긴 여정을 스포츠에 빗대어 표현할 때가 있다. 한 경기의 시작과 끝을 삶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고, 시즌 전체를 삶으로 보기도 한다. 야구 경기를 봐도 그렇다. 한 게임 한 게임이 그렇고, 지금까지의 여정도 그렇다.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던 팀이 주춤하는가 하면, 꼴찌였던 팀이 공동 1위까지 올라온 것을 보면 그렇다. 아무도 지금, 결과를 논하기 어렵다.
한 게임의 야구 경기를 예로 들면 이렇다.
지금 지고 있다고 지금까지의 플레이가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수비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공격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 순 있다. 그대로 진다면 이 모든 것이 잘못된 플레이라고 말할 순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과정이 좋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역전해서 이긴다면 어떨까? 수비 실수가, 정신 차린 계기가 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공격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다음 공격에 집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 명언처럼, 우리 삶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결과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잠시 멈춘듯한 느낌이 들거나 내리막길을 걷는 것 같더라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결과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의 좋지 않은 모습을 결과라고 인식하는 순간,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 <타자>에 나온 명대사처럼, 인생 관뚜껑 닫을 때까진 모르는 거다. 지금의 모습이 별로라고 여겨진다면, 지금의 모습을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과정으로 인식하고, 이 과정을 어떻게 잘 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같은 방법으로는 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야구에서도 반전을 가져올 때 방법을 바꾼다.
작전을 다르게 하는 거다. 대타를 쓰거나 대주자를 투입한다. 투수를 바꾸기도 하고, 과감한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거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모습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시간을 달리 사용하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을 달리할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시도하면서,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인과관계의 참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