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오른다.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떠오르지 않았던 일이, 글을 쓰면서 떠오른다.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그때의 추억을 소환한다. 추억의 농도가 깊을 때는, 그 안에 푹 잠겼다가 나온다.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잊고, 그 기억에 잠기는 거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날 때는, 나도 모르게 입가가 벌어지기도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꿈을 꾸고 일어난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신을 차리고도 그 느낌이 아쉬워서, 잠시 멍하니 있을 때도 있다.
잊었던 기억이 떠오를 때도 있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일이 떠오르는 거다. ‘아! 그런 일이 있었지?’ 기억을 소환한 나조차도 놀랍다. 어떻게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됐는지 의아한 거다. 이럴 때도 잠시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왜 그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거다.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만약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거다. 모든 것은, 결과론이라고 했던가? 다른 방법을 선택했더라도,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만약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
추억은,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게 한다.
잠시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날 때도 그렇고,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을 때도 그렇다. 이전 시대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처럼, 머릿속에서는 드라마 한편이 상영된다. 즐거움도 아쉬움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다, 지나간 추억으로 일어난다. 그때는 왜 그리도 안절부절못했냐는 생각도 든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 조급하게 여기는 일도 그럴 거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땐 왜 그랬을까?’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말이다.
신기한 것도 있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알아차리게 되는 일이 그렇다. ‘아!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구나!’라고 말이다. 그때는 왜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좋은 일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겠지? 그렇다. 안 좋은 일을, 그렇게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다며 불평하고 투덜댔다. 괴롭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낙담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핑계를 대자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해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는 시간을 통해 알아차린다.
그때 그 일이,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온 이유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이유가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거다.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좋은 거다. 포장지가 별로여서 그렇지, 내용물은 정말 필요한 거였다. 좋은 게 아니라, 필요한 거다. 필요한 것은, 당장에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왜 이게 나한테 왔는지 의아할 뿐이다.
우연히 생수 한 통을 받았다고 하자.
목이 마르지 않고 손에 든 물건도 많으면, 생수 한 통은 그저 짐일 뿐이다. 하지만 목이 타고 갈증이 느끼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생수 한 통이 값진 음식보다 귀해 보인다. 나에게 온 이유를 알게 되는 거다. 지금 내 앞에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일이나 힘겹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필요한 일이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좋은 선물일수록,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니 지금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유를 찾아보면 좋겠다. ‘지금 나에게 이 일 혹은 사람이 나에게 온 이유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