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아내와 둘째가 꼭 봐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서 본 드라마다. 몇 번이나 말했다는 건, 나는 볼 생각이 없었다는 말과 같다. 어떤 드라마인지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는데, 그냥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창 진행될 때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그런가 보다 했다. 주변에, 보지 않았는데 권해서 봤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재미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보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매회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애순이 엄마만 나오면 그냥 눈물이 나온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가 보기나 하자는 마음에, 1편을 봤다.
계속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증이 생긴 거다. 사람들이 말하는 반응이 궁금했다. 어떤 지점에 그러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밋밋하니, 몇 편을 봐야 한다는 아내의 말을 들어서, 일단 2~3편까지는 보려고 했다. 이야기가 잔잔하게 이어졌다. 아내가 말했던 밋밋하다는 말이, 나한테는 잔잔하게 다가왔다. 자연스레 3편까지 이어봤다. 사람들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이해되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일상의 소소함을 세심하게 다뤄서 그런지, 평범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 회를 보고 든 생각은 이렇다.
‘양관식이라는 사람, 참 대단하다.’ 가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아무나 그렇게 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봐도 그렇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는 하지만, 양관식만큼은 아니다. 한참 멀었다. 매우 희생적이지 않았다. 불편하고 힘든 마음을, 온 마음으로 품지 않았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풀어가는 건 애순이지만, 내 관점의 중심에는 양관식이 있었다. 배워야 할 것은 배우자는 마음이었다.
모든 것을 다, 따라 할 순 없다.
하지만 때때로 떠오를 것 같다. 희생적이었던 모습, 온 마음으로 품었던 모습, 한결같은 마음을 끝까지 유지한 모습 등이 떠오를 것 같다. 이 기억은, 가장으로서 행동하는데, 지침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참 좋은 드라마를 봤다. 삶에 도움이 될 드라마를 봤다. 행동에 지침이 될 드라마를 봤다. 권하는 이유와 받아들이는 이유는 달랐지만, 권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또한 경청의 힘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