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판단은,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기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크든 작든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거다. 무엇에게 홀렸는지는 바로 판단이 된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생각 등을 종합했을 때, 틀림없다.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고 말면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전한다. 말하면 할수록 자기 논리에 빠져들면서, 더욱 확신한다. 하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고, 단면만 봤기에 그렇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결론이었던 거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부끄러움과 함께 미안함이 올라온다. 섣부른 판단으로 얻는 결과다. 어제, 이 마음을 느꼈다.
프로야구가 희한하게(?) 흘러가고 있다.
어제 기준으로, 4위 팀이 4팀이다. 한 번이기면 자리를 유지하지만, 지면 최악으로 8위까지 떨어진다. 한 게임으로 순위가 4단계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다. 시즌이 시작되고 예측한 많은 분석이 무색해지고 있다. 역시,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는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시즌을 마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매우 궁금해진다. 시즌 초반의 이변이 계속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1강 우승 후보는 기아 타이거즈였다.
작년 우승에 참여했던 선수가 거의 그대로이고, 외국인 투수와 타자가 보강된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초반부터 부상 선수가 속출했다. 한 선수가 복귀하면 다른 선수가 다쳤다. 다친 선수들은 모두 작년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들이다.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선수들이라는 말이다. 이런 선수들 몇이 빠졌으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자주 보지 못한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거다. 이런 선수들이 가끔 있었다. 전력 이탈이 되면서 기회를 잡는 선수들 말이다. 기회를 얻고 좋은 성적을 내서 계속 이어간 선수가 있는가 하면, 몇 번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어느새 사라지는 선수도 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는 것이 실감 난다.
기아에도 기회를 얻은 선수가 여럿 있다.
자주 나오는 선수도 있고 가끔 나오는 선수도 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1군에서 게임을 치를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경험이 적으니, 보이는 실수는 물론, 보이지 않는 실수도 있다. ‘원해 저 포지션에 있던 선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타격은 잘했는데, 수비가 좀 아쉬웠다. 상대 팀 주자가 3루에 있던 상황이었다. 외야로 뜬 공이 갔다. 짧은 외야 플라이였다. 3루 주자가 들어오기 쉽지 않아 보였다. 들어오더라도 아웃될 가능성이 큰 위치였다. 3루 주자는 태그업 플레이를 했고, 공을 잡은 선수는 홈으로 공을 던졌다. 공은 홈플레이트와 떨어진 곳으로 갔고, 포수는 공을 잡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아쉬웠다.
감독은 계속 그 선수를 내보냈다.
타격이 좋은 것은 있지만, 수비가 이러면 교체할 만도 한데 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 생각이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어제 경기에서 보여줬다. 비슷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거리는 더 멀어 보였다. 외야 플라이였고, 3루 주자는 태그업했다. 발이 느린 선수도 아니었다. 빠른 편에 속하는 선수였다. 어떻게 됐을까?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켰다. 그 아웃으로, 그 회 공격을 끝내게 했다.
섣부르게 판단한 마음이, 미안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긴 시즌에서는, 지금 한순간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의 인내가 얼마나 클지도 짐작하게 됐다. 함께 하는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이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조금 더 참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조금 더 참고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금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견뎌야 결과를 얻는다. 병아리를 견뎌야, 닭을 얻는다. 성장의 시간을 잘 인내하고 나아가는 힘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