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많은 결정이 있지만, 모임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망설여지게 된다.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모임이라면 더 그렇다. 내 결정에 따라,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고 싶고 가야 할 것 같아서, ‘갈까?’라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결정을 미룬다. 문제는, 단박에 결정하지 못한다는 거다. 갈 거면 가고 안 갈 거면 안 가면 되는데, 끝까지 고민하게 된다. 끝까지 고민한 결과는 대체로, 가지 않는 결론을 내린다.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거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의지 때문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시간이 임박해서 못 가게 되는 이유가 발생하면, 그제야 마음 편하게 결정한다. 내가 안 가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 결정할 수 있지만, 결정을 당하게 되는 거다.
지난겨울.
테니스 코트가 눈으로 무너져서 한동안 치지 못하고 있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테니스로 운동하는 게 좋았다.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니 좋지 않겠는가? 클럽 운영진들이, 매번 하던 코트가 무너지니, 근처 코트를 섭외했다. 거리가 좀 멀었다. 왕복으로 1시간 30분 정도는 소요해야 할 정도였다. 열정이 있는 분들은 개의치 않고 참석해서 운동했다.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걸렸고 일정도 애매해서 계속 참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6월 들어 20~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코트를 섭외했다는 공지가 떴다. 할 수 있는 요일은 정해져 있었는데, 주에 한 번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가야지!’
처음에는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 출석 체크를 해야 하는데, 가는 날 하기로 하고 체크를 미뤘다. 당일이 된 오전까지는 갈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오후가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가깝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왕복 1시간 정도는 걸릴 텐데, 시간이 아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소환(?)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귀찮음이 발동했던 거다. 오전에는 에너지가 가득하니, 무리 없을 것으로 여겼다. 오후가 되면서, 일과로 몸과 마음이 피곤해져서, 귀찮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냥 집에서 운동할까?’
왔다 갔다 할 시간이면 집에서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테니스를 치려는 이유가 결국 운동하기 위함이니 말이다. 시간도 절약하고 이래저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근처에 있는 황톳길에서 맨발 걷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가지 않아도 될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조금 더 고민하고 있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생겼다.
저녁 메뉴였다.
퇴근하는 길 아내한테 전화해서, 테니스 치러 갈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가게 되면 간단하게 밥을 먹고 가야 하는데, 먹을 게 좀 있냐고 물었다. 아내는 있다고 했고, 덧붙여서 한마디를 했다. “닭볶음탕 하려고 했는데….” 닭볶음탕이라는 메뉴를 듣자, 이에 따라오는 생각이 있었다. ‘아! 닭볶음탕에 소주 한잔하면 딱 좋겠는데?’ 이 생각은 끝까지 고민하던 결정을 바로 내리게 해주었다. “어? 그럼 테니스 안 가고 그냥, 닭볶음탕 먹을게.”
마음과 몸이 다른 방향으로 향할 때가 있다.
마음이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하는데, 몸이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둘씩 댄다. 말이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고민하게 된다. ‘그런가?’ 고민하는 것은, 하지 못할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마음에서도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결정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를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민하는 이유는, 마음에서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사람을 설득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단호한 태도에는 더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여지를 남기는 사람에게는 파고들게 된다. 왜?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능성을 주지 않아야 한다.
안 해도 되는 이유 혹은 미뤄도 되는 이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물러설 수 없는 수를 써야 한다. 테니스에서도 미리 참석 체크를 했으면 어땠을까?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 가기로 했으니 가게 된다. 가고 나면 어떨까?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거다.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하면 좋다.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좋은 느낌이 강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두 가지는,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단박에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선택을 끌려다니게 되고, 미련에도 끌려다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