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어스>에서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중장년층을 위한 플랫폼인데, 다양한 강의가 진행된다. 이 플랫폼에서 많이 할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코칭 특강을 했었다. 많이 드러나서인지 코칭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좋은 기회라 생각돼서 인터뷰에 응했다. 스튜디오처럼 잘 세팅된 공간에서 진행됐다. 다리 길이가 좀 긴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어가 하는 질문을 듣고 질문에 적절한 이야기를 했다. 사전에 질문을 주긴 했지만, 답변에 이은 질문은 그와 상관없는 질문들이었다. 인터뷰어로 활동해 본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됐고, 당연히 그렇게 진행된다. 정해진 질문을 하는 것보다, 즉석에서 상황에 맞는 질문이 인터뷰를 더 생동감 있게 한다. 인터뷰의 맛이랄까?
예상 질문에는 없었지만, 항상 생각하는 내용이었다.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답변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분은, 답변을 마칠 때마다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막힘없이 술술 말씀을 잘하세요?” 그랬다. 질문을 듣는 동시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올랐다. 시험 문제를 낼 때 문제 은행에서 문제를 뽑듯, 답변을 뽑아냈다. 몇 번째 칸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찾는 것처럼, 그렇게 답변을 찾아냈다. 아니, 나왔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내가 한 답변이 다, 맞는 말인지는 모른다. 전문가가 들었다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수도 있다. 올바른 답변이냐 아니냐를 떠나,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그리고 주저함 없이 말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다.
이야기할 거리가 자연스레 떠오를 때가 또 있다.
발표할 때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면,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았다. 사회를 보거나 진행할 일 그리고 발표할 일이 많았다. 회사 일로도 했고, 성당 일로도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얼마 전 본당에서 성가정 예술제를 했는데, 사회를 봤다. 진행 멘트를 작성해야 하는 데 시간이 없었다. 행사 2일 전, 시작은 어떻게 할지 중간 멘트는 어떻게 할지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손은 그저 거들 뿐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 그런 생각이 떠오를까?
새벽 고요한 시간에 기도하고 묵상할 때 떠오른다.
주제를 떠올리면, 상상이 펼쳐진다. 예술제도 그랬다. 모습을 상상했다. 내가 사회자석에 들어서는 모습부터 시작이 됐다. 시작 멘트를 하고 순서를 이어갔다. 예술제 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머릿속에서 진행이 시작된 거다. 참가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어떤 멘트를 해야 할지 떠올랐다. 상상으로 진행된 예술제에서 했던 멘트를 떠올리고, 그것을 적었다. 적으면서 또 예술제 하는 모습이 떠올랐고 새로운 멘트도 떠올랐다. 상상으로, 해야 할 말이 떠오르는 과정이 생소할 수 있다. 생소할 수 있지만, 나는 익숙하다. 대체로 그래왔다.
묵상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발표해야 할 일이 있거나,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할 때도 혼자서 고요하게 묵상한다. 묵상하면 깊이 상상에 들어간다. 기도할 때 주로 하는데, 그날이나 조만간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면 떠올린다. 그 상황을 떠올린다. 가만히 해야 할 것을 떠올리는 게 전부다. 자료를 찾거나 살피는 작업도 하지만, 묵상하면서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도 많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끄는 대로 그냥 따라간다. 그러다 “툭”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 맞네. 그렇게 하면 되겠네!”라며 스스로 감탄하기도 한다.
발표할 때 많이 경험한다.
내가 발표하기 위해 나가는 모습부터 발표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무슨 말을 해야지 하고 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듯 머릿속 주인공이 하는 대로 따라간다. 발표할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게 오프닝 멘트인데, 그 말이 떠오른다. ‘그래! 오프닝은 이렇게 끊는 게 좋겠다!’ 책상이나 회의실이 아닌, 눈을 감고 가만히 떠올린 영상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럴 때가 많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떠올리면 다음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내가 새벽에 혼자, 조용히 묵상하는 이유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좋은 답을 얻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전재해야 할지 명확하게 떠오른다. 오랜 시간 이어온 묵상의 힘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책상 위에서 머리 싸매며 괴로워하기보다 가만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묵상이든 명상이든 아니면 고요하게 산책하든, 다 좋다. 고요한 시간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