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한다는 것은, 그것 이외에는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by 청리성 김작가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가?

이 질문이 문득 떠올라 생각해 봤다. ‘나에게 그런 것이 있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그것이 있느냐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반백 살 가까이 살면서, 그런 것 하나 없다는 것도, 참 서글픈 일이다.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좋아하거나 몰입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생동감 있는 삶을 살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 살아있다는 표현에는, 그런 느낌이 있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무엇이 있고,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은 포기해도 여한이 없는 것 말이다.


초등학생 때는, 야구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네 형들과 야구와 축구를 즐겨 했었다. 둘 다 좋아했다. 2학년 때 전학 갔는데, 그곳에 야구부가 있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야구 혹은 축구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학년부터는 야구부 주최로 반 대항 대회를 했었다. 야구대회를 통해 소질 있는 아이를, 야구부 훈련에 일주일간 참여시켰다. 체험이랄까? 6학년 때는 너무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께 새벽에 편지를 쓰고 등교하기도 했었다. 어찌어찌해서 안 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말이다.


중학교 때는 딱히 기억이 없다.

좋아하고 시간을 많이 쓴 건 있지만,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의 그 무엇은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크게 없었다. 진로에 관해 고민은 했지만, 고민만 했고, 노력은 하지 않았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때는 왜 그리 공부가 싫었는지. 공부 머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고3이 되고 나서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운동하기로 하고 입시 체육을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지금까지 잘 이어져 나가고 있다고 본다. 직접 연결되는 부분은 크게 없지만, 보이지 않는 연결이 있다고 믿는다.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는 달랐다.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었는데, 임용고시 준비할 때는 달랐다. 어림잡아도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했다. 이동하는 버스와 지하철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도시락을 싸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도 책을 보면서 먹었다. 고3 시절, 이때처럼만 공부했다면, 목표했던 대학과 학과에 충분히 가지 않았을지 싶다. 아무튼. 정말 열심히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던지고 공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금 교사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다. 시험에 떨어지고 첫째가 태어나면서 생계형으로 전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의 아쉬움은 있지만, 절대 후회는 없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는, 가족이 되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중요한 갈림길에서 선택의 중심은 가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힘들게 일할 때도 그랬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지인들은, 자기 같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을 정도다. 가족 모두가, 먹고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시험에 떨어지고 까마득했는데, 그때 비하면 뭐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 운동하고 체육 전공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좋은 체력으로 힘든 업무를 소화하라고 말이다. 역시 세상에 그냥은 없다.


이후에도 떠올려보면 간간이 있었다.

모든 것을 내던질 정도는 아니지만, 집중하고 몰입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말이 순간이지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 시간 말이다.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SNS 영상 혹은 기타 취미 생활할 때, 책을 읽고 글 쓰는 시간이 그랬다. 그렇게 보낸 시간으로, 전자책 1권 포함, 6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내던져야 한다는 의미가 이런 게 아닐지 싶다. 두 가지를 동시에 얻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볼 거 다 보면서 그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물리적 한계가 있다.


몰입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이 아닌, 무언가에 집중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일과를 마치고 뿌듯한 기분이 들 때가 그렇지 않은가? 무언가를 잘 마쳤다는 생각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 매일 이런 기분을 느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어떻게 하면 매일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을까?


매일 하나를 찾는 거다.

모든 것을 하지 못하더라도 완료하고 싶은 그 하나를 찾고 실행하는 거다. 그날에는 그것만 마치면, 하루를 잘 마친 날이라고 정의하는 거다. 어떤가? 부담이 덜 하지 않는가?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할 한 가지 혹은 두세 가지를 정해서 그것만 파는 것은 어떻겠냐는 거다. 혹 못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하면 되니 부담은 갖지 말고. 중요한 것은,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했다는 사실이다. 그날 하루, 모든 것을 젖히고 몰입한 그 한 가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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