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구라도, 이런 사람 한두 명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사람과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이렇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부터 불편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없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지내는 시간을 통해, 판단이 서는 거다. 빠른 사람은 한 번의 만남으로 결론이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생각이 짙어지는 사람이 있다. 다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래도 희망을 걸고 대화를 더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희망이 금방 꺾일 때도 있지만,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다. 지금까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
단정은 그래서 무섭다.
단정은 한번 마침표를 찍으면, 그 마침표를 지우거나 쉼표로 바꾸기 쉽지 않다.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단정의 마침표는 유성펜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지우지 않을 의도를 품는 건 아니다. 단정하는 순간, 알게 모르게 계속 그 자리에 점을 찍어서 그렇게 된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찍었는데, 쉽게 지워지겠는가? 단정 지었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단정이 무섭다고 말하는 거다. 내가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좋지 않은 단정을 지었다면, 그 마침표를 지우거나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사람에 관한 생각은 더욱 그렇다. 생각할수록 더 짙어지고, 깊어진다.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그렇다. 생각이 짙고 깊어진다. 좋은 생각은 좋은 마음을 품게 하니 나쁠 게 없다. 잘못 알고 그랬더라도, 사람에 관해 좋은 생각을 하는 건 나쁠 게 없다. 좋은 마음에 상처를 얻게 되는 일 때문에, 아플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나쁜 생각이다. 내가 생각한 나쁜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어떨까? 오해였다면 어떨까? 잘못된 것을 사실로 알고 있던 거라면 어떨까? 스스로 원망스러울 거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거다.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군가의 말만 듣고 판단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고 직접 들어본 다음 판단해야 한다. 직접 듣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속이려고 작정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그 부분에 전문가(?)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를 봐도 그렇지 않은가? 정말 착한 사람으로 판단한 사람이 결론에는 가장 악랄한 사람일 때가 있다. 반대도 그렇다. 영화에서는 반전 매력이라며 웃어넘길 수 있지만, 현실이라면 어떻겠는가? 치를 떨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시도하는 거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거다. 명확하게 확인하고 제대로 판단하는 거다. 실제로 그렇고 그렇지 않고는,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이후는 맡길 수밖에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어디 그냥 생겼겠는가? 알려고 노력할 순 있지만, 확실하게 안다고 말하긴 어렵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를 때가 있으니 말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세상 많은 어려움 중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의지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 관계는 더욱 그렇다.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