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던 드라마가 종영됐다.
<트라이>라는 드라마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흥미가 가서 계속 보게 됐다. 체육고등학교 럭비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경이 체육고등학교라서, 타 종목에 관한 이야기도 볼거리 중 하나다. 이야기 전개가,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약간의 반전도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 회의 결론은, 예상했던 대로 진행됐다. 럭비 규칙을 알지는 못하지만, 경기 특성을 잘 살려 마무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우승은커녕 1승도 하지 못하는, 럭비부가 있다. 학교 내에서는 찬밥 취급을 당하고 폐부 논의까지 오갔다. 감독으로 온 사람은 다른 학교로 도망가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으로 부임한, 한 사람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한때 유명한 럭비선수였지만, 금지 약물 복용으로 선수 인생을 접어야 했다. 처음은 이렇게 시작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왜 그랬는지 그리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됐다. ‘중증근무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 치료 약이 금지 약물 성분이 있었던 거였다. 이 사실을 알고 감독에게 결승전 경기를 뛸 수 없다고 말했는데, 강행시켰다. 약을 먹고 경기를 뛰었고 승리했지만, 약물 검사에서 발각되어 운영이 바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숨기고 잠적했다가, 감독으로 등장한 거다.
선수들도, 감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한 반응이다.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 불명예 은퇴한 감독을 누가 반기겠는가? 주장이었던 선수는 한때 자신의 영웅으로 섬겼었다. 자기 영웅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자기 신뢰를 무너트린 나쁜 사람이 되었다. 감독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갈등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나중에야 감독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팀이 하나가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예상했던 것처럼,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성장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전개 내용이 예상되지만, 감동을 주는 지점을 달리하면서 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점수를 얻고 역전 우승하는데,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선수 전체가 몸싸움하면서 점수를 내는 장면이었다. 감동적이었다. 럭비의 특성을 잘 살린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류의 드라마를 보면, 항상 의문이 드는 모습이 있다. 억울한 사정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주인공이 등장할 때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존재로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청자로부터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기 시작하는 거다. 주인공의 사정을 알고 나면, 답답함이 올라온다. ‘아니, 왜 얘기하지 않는 거지?’ 먼저 말하지 않는지가 의문스러웠다.
본의 아니게, 밝혀졌다.
주인공의 사정은 본의 아니게 밝혀졌다.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밝힐 때가 많은데, 이번 드라마도 그렇다. 자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병을 밝힌다. 감독직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있지만, 선수 보호를 위해 밝힌다. 여기서부터 반전이 일어난다. 등을 돌렸던 사람들과 음해하던 사람들이 돌아섰다. 주인공의 사정과 선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이렇게 풀렸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서 벌어진 상황이다.
자기의 억울함을 스스로 드러냈다면, 도움의 손길로 바뀌지 않았을 거다. 자기변명이라고 더 등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니, 사정을 몰랐던 사람들이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 도움의 손길로 변한 것이고 말이다. 살면서 억울한 상황을 겪을 일을 만나게 된다. 억울함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된다면, 드라마 주인공처럼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 어떨까? 그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하다. 큰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본 경험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중에 알고 미안해했다. 관계는 더욱 좋아졌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모습은, 나 자신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잠시나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