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내성당 성령 기도회의 문을 열다.

by 청리성 김작가

성령 기도회 발족식을 했다.

우리 본당(평내성당)에 성령 기도회가 생기길 바랐던, 많은 분의 숙원이 이루어진 거다. 1지구에 우리 본당만 성령 기도회가 없다는 사실이, 더 재촉하게 한 듯하다. 아내와 나는 1지구 성령 기도회 찬양을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한테 계속 기도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하신 거다.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성령 기도회가 생기는 건 좋지만, 그것을 감당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매주 정해진 날 저녁을 비워야 한다는 게 가능할지 싶었다. 찬양만 하는 거라면 덜 부담스러웠겠지만, 맡아서 하는 건 무리라 생각했다.


닫혔던 마음의 문이 조금 열렸다.

지난 6월 호평동 성당에서 진행된 ‘성령 묵상회’를 하면서였다. 아내와 찬양으로 참여했다. 별다른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다. 문득, ‘이제는 해야 할 듯한데….’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묵상회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기도회를 만들라는 요청을 계속 들었는데, 받아들이는 마음이 예전과는 달랐다. 조금 열린 마음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있음을 느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다. 중요한 건, 신부님 허락이었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부님께 말씀드려보기로 했다.

신부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올 초에 부임하셨는데, 안 그래도 우리 본당 규모에 성령 기도회가 없다는 것이 의아해하셨다고 했다. 신부님 허락을 받고 나니,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서 기도회가 발족하게 됐으니 말이다. 주보 공지를 하고 봉사자를 찾았는데, 빠르게 5분이나 함께 하기로 했다. 아내와 둘이서 했으면 많이 버거웠을 텐데,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마음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큰 무리 없이 준비가 진행되었다. 함께 모여 기도하면서 준비했다.


오전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걱정하실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이라 몇 분 안 오실 것 같은데, 비까지 오니 그런 마음이 더 들 것 같았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은총의 비가 아닐지 생각했다. 기도회 발족을 축하하는 비라고 할까? 강릉에는 가뭄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본 것이 떠올랐다. 바로 검색했다. 이번 비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생명수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였다. 우리 본당 성령 기도회 발족식에 누군가에게는 생명수와 같은 비가 내리니, 얼마나 큰 은총의 비겠는가?


이 말로 발족식의 문을 열었다.

십자가의 성 요한 성인의 말씀도 인용했다. “나는 나에게 벌어진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해석하는 힘으로 성장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우려하는 마음이 바로 올라오지만,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니 은총이 되었다. 같은 비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다. 우리 삶도 이와 같다. 당장은 걱정과 우려 혹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빛의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어둠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떤 곳으로 갈지는,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


발족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찬양과 말씀, 그리고 묵상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외부에서 축하해주러 오신 분들의 소개와 인사 말씀도 들었다. 신부님의 말씀과 안수도 받았다. 기도회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관한 설명도 드렸다. 몇 분이나 오실까 했는데, 얼추 90분 정도 오신 것으로 보였다. 우리 본당 가족들은 60분 정도 오셨다. 마칠 때 사진 촬영을 했는데, 대략 그렇게 확인됐다. 처음이라 오신 것인지 기다렸던 기도회라 오신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음 그리고 다음 기도회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분의 표정이 밝았다.

기도회 마치고 나가실 때 몇몇 분과 인사를 나눴는데, 표정이 좋으셨다. 기도회 하는 동안에도 표정이 좋으셨는데, 가실 때도 좋았다. ‘이래서 해야 하는구나!’ 깨달음이 왔다. 왜 성령 기도회를 해야 하는지,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왜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웃 사랑이고,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사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삶의 목표인, 말씀과 찬양으로 하느님께 영광 드리는 삶을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겸손하게 그리고 담대하게 그 길을 걸을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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