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와 욕심은 반비례한다.

by 청리성 김작가

아이들 가방을 보면, 그 시절 생각이 난다.

‘나도 저렇게 가방을 가득 채우고 다녔는데….’ 세월이 지나도 가방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가방의 크기가 커지고 기능도 다양해지면, 공간과 기능을 최대한 이용해서 많이 담는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둘째와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데 가방의 무게가 힘겨워 보여, 들어줬다. 가방을 받아 메는 순간, 이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다니나 싶었다. “뭘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녀? 다 필요한 거야?” 아이는 가방 안에 있는 물건들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구나!’ 어른들이 내 가방을 보고, 다 필요한 것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났다. 나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말 다 필요했을까?

아니다. 실제 사용한 건, 그리 많지 않다. 수업 시간에 해당하는 책 말고는, 필기구를 제외하고 그리 많이 사용하진 않았다.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는, 필요할 때가 있었으니 챙겼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하다. 가방의 무게가 버거워 가방을 찬찬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무게를 좀 덜어보려고 빼도 될 물건을 살폈다. 1차에는 실패했다. 뺄 게 없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물건을 집어들 때마다, 그들만의 쓸모가 떠올랐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필요하니, 내려놓으라고 머릿속에서 명령을 내렸다.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살폈다.

조금은 더 강한 기준으로 살폈다. 물건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다. 뺀다고 뺐는데 그래도 가방의 무게를 크게 줄이진 못했다. 그렇게 몇 번을 고민하다가, 최선이라는 생각에 가방 정리를 마무리했다. 가방이 가벼워진 만큼 마음도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오늘보다 어깨가 더 아플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다음 날, 가벼워진 가방을 가지고 등교했다. 조금 가벼워진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뺀 물건 중 하나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 어떤 물건인지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평소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필요할 것 같은데 사용하지 않은 물건. 혹시나 해서 빼려고 하다가 다시 담았던 물건. 지금까지 사용한 적이 없으니 빼도 될 것이라 여겨 뺀 물건. 하필 그 물건이 바로 필요한 상황이 된 거다. 가벼워진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다. ‘왜! 빼니까 필요한 거지?’ 하루만 더 뒀으면, 지금까지 가지고 다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가지고 다닐 때는 필요한 적이 없었는데, 빼는 순간 필요한 상황이 생기니 말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때부터였다.

가방이 더 무거워졌다. 더 많은 것을 챙기게 되니 가방이 더 무거워졌다. 전에 가지고 다니지 않던 물건까지도 챙기게 됐다. 그 물건의 쓸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쩜 그리 필요한 이유가 떠오르는지, 담지 않고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방에 채울 수 있는 건 다 채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씩 담으니 꽤 많은 물건이 담겼다. 문제는, 챙기는 습관이 아니라, 가방 크기라는 것을 깨닫고 가방을 바꾸고 나서 조금은 가벼워졌다.


챙기는 습관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디를 가든 혹 멀리 며칠을 가야 할 때,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것도 챙긴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그곳에 가면 필요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돌아와서야 깨닫는다.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것을 알아차렸을 때라서야, 또 부질없이 챙겼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줄기는 했다. 물건을 챙길 때, 과감하게 담지 않는 패턴으로 바뀌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꼭 나온다. 모든 상황을 예측해서 챙기고 빼고를 할 수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의 짐을 더 끌어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없으면 없는 대로, 다 살아진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