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를 발휘할 때

by 청리성 김작가

지난 토요일 조부모님 산소를 다녀왔다.

용인 천주교 묘지에 모시고 있는데, 매년 방문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함께 갔는데, 언제부턴 가는 부모님과 우리 부부만 갔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둘이 다녀왔다. 일정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둘이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산소에 갈 물품을 챙겼다. 전날 마트에서 산 막걸리와 오징어포 그리고 집에 있던 사과와 배를 챙겼다. 기타 필요한 물품도 챙겼다.


오전 미사 참례하고, 아버지를 만나서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에는 1시간 좀 넘게 걸린다고 나왔다. 가는 길은 크게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산소 초입부터였다. 외길이라 좀 막힌다. 작년에 들어갈 때는 괜찮았다. 나오는데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는 남 일 같지 않았다. 다음에 우리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소 초입까지 무난하게 갔는데, 역시나 차가 밀려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순 없었지만, 받아들이고 천천히 따라가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든 가장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은, 그 상황은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없다.


땅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가 오래전, 강원도에 작은 땅을 샀었다. 3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가보진 않았는데 위치는 좋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곳에 작은 집을 짓고 땅을 일구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하신다. 어머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셔서, 그렇게 살 순 없다고 하신다. 이번에도 그 이야기가 나왔다. 그곳에 가면, 지금 나오는 연금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데, 어머니가 극구 반대하신다고 말이다. 아버지 성향이 있는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 어머니도 이해했다. 아버지가 좋다고 들어갔는데, 정작 당신은 적막하게 생활해야 하니 걱정이 될 만도 하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땅을 파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공시지가가 얼마인데, 그렇게 팔리기만 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야기를 듣는데, 바로 파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길에 나온 이야기 중, 치아 치료 이야기가 나왔었다. 몇 개를 빼서 임플란트해야 하는데, 돈 문제로 다른 치료를 먼저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해드릴게요."라고 과감하게 말을 꺼내면 좋겠지만, 나도 형편이 좋은 건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만 가졌었다. 땅을 팔고 치아 치료도 하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먹고 싶은 것도 좀 드시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팔 수 있으면 바로 팔아서 그렇게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몇 년 전에 돈이 필요해서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팔리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 장담할 순 없지만, 또 모르지 않는가? 이제는 팔릴지. 내놓고 팔리면 뜻이고 아니어도 뜻으로 받아들이시라 했다. 아버지는 안 그래도 어쩔까 하는 마음에, 물어보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바로 내놓겠다고 하셨다.


아버지 세대들은 그러신다.

아끼는 것이 습관을 넘어, 삶이 되셨다. 당신을 위해 쓰는 것을 아까워하신다. 지금까지는 그런 삶이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 있으면 뭐 하겠는가? 현재 궁핍하고 필요한 것을 할 수 없다면 말이다. 여생이 많지 않을 때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좋은 삶을 살아내는 것이 아닐지 싶다. 무조건 쓰는 것도 문제지만, 있으면서 쓰지 않은 것도 문제가 아닐지 싶다. 후자가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그리고 필요할 때 쓰는 것도 지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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