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이쪽은 저희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십니다.”
익숙한 얼굴의 중년 여성과 초면인 중년 남성 사이로, 지금 함께 사는 아내가 앉아 있었다. 남들은 이런 자리를 상견례라고 한다고 했다. 심사숙고해서 장소를 잡고 마음도 잡으며 마주하는 상견례 자리지만, 우리는 달랐다. 식사 한 끼를 위한 자리였을 뿐, 상견례라는 단어가 오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상견례를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어렸다. 내 나이 스물여덟 그리고 아내의 나이는 스물넷이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임용고시를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였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상견례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의 계획은 3년 정도 후였다. 일 년 시험 준비하고 합격한 후, 일이 년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한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 결혼한다. 이런 계획이었다. 따라서 상견례라는 것을 하려면 최소 이 년 정도는 더 있어야 했다. 상견례도 아닌데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밥을 먹은 이유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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