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優柔不斷)
결정해야 할 때,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하지 못하는 성격을 일컫는 표현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것도 포함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다는 표현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않는 모습만이 우유부단함으로 보이지만, 아니다. 둘 다 선택하고 싶은 마음일 때도 있다. 결단하지 못하는 건, 그렇다. 수동적인 성격만 결단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능동적인 성격이라도 결단하지 못할 때가 있다. 둘 다 포기하지 못하는 거다. ‘부단(不斷)’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단은 끊어내야 가능하다. 끊어내지 못하니, 결단이 안 되는 거다.
양가감정이랄까?
서로 다른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갈등할 때가 그렇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편안하게 쉬고 싶은 마음도 있게 마련이다. 며칠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테니스를 치는데,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비가 와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연휴에도 그랬다. 계속되는 궂은 날씨로, 날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렸다. 지난 수요일, 드디어 날이 맑게 개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고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꼭 갈 거냐고 물으면서부터였다. 아이들은 약속이 있어서 다 나갔고 나갈 예정이었다. 내가 테니스를 가면, 혼자여서 싫다는 거였다.
갈등이 시작됐다.
갈까? 말까?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포기하기가 좀 그랬다. 혼자 있는 게 싫다는데, 가는 것도 좀 그랬다. 어떻게 했을까? 가지 않았다. 아내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간이 다가오니 약간 귀찮은 생각도 들었다. 아내의 말을 핑계 삼아, 귀찮은 마음에 손을 들어준 거다. 결정하기까지 계속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가면 더 좋을 것 같은 마음은 있었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 운동하지 않은 지 좀 됐으니, 이번 기회에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해야겠다는 마음은 계속 들었지만, 계속 미뤘던 운동을 이번 기회에 재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마음에 귀찮음이 발동했고, 아내가 도와준(?) 덕분에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나의 우유부단은, 운동 여부가 아니다. 운동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하지 못한 결단 부족이다. ‘부단(不斷)’한 거다.
우유부단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행동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정말 살피고 돌아봐야 할 우유부단이다. 우유부단해지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고자 마음먹었지만,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은 그 무엇이 있는가? 나는, 운동 말고도 더 있다. 지금까지 있었고 지금도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내 삶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누구나 있을 거다. 아쉬움이 남는 이유를 보니, 그 이유는 우유부단함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할까? 말까?’ 할 때 해야 했고, ‘갈까? 말까?’ 했을 때 가야 했다.
‘할까?’와 ‘갈까?’는, 의지였다.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해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말까?’가 계속 마음을 흔들었다. 그 이유도 그럴듯했다. 마음을 흔들만한 충분한 이유가 만들어졌다. 스스로 합리화했다. 한 번 선택한 것은 뒤돌아보지 말자며, 의지를 덮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쉬움이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 위로했다. 괜찮다며, 지금 선택도 나쁘지 않다고 계속 나를 설득했다.
이제는 우유부단함과 이별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시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반백 살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결단할 때가 됐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을 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운동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해야 한다. 어떤 이유도 정당화시켜서는 안 된다. 여지를 주는 것이 우유부단함의 시작이다. 여지를 주는 것 자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으로 판단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거다.
방법이 있다.
결정할 때 하면 활용하면 좋다고 소개한 내용이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할 때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종이 위에 이렇게 그린다.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세로축에 놓는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로축에 놓는다. 사분면을 만든다. 그 안에 내용을 적는다.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각각 적는 거다. 적다 보면 느낌이 온다. 해야 할지 혹은 하지 않아야 할지, 느낌이 온다. 적은 개수로도 판단이 되지만, 내용으로도 판단이 된다. ‘그래 이거야!’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우유부단함을 없애는 방법은, 감정이 아닌 써보는 거다. 쓰고 보면, 우유부단함의 여지를 없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