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7. 결혼과 임용고시

by 청리성 김작가

영광의 생각은, 삶의 여정을 돌아보기 시작한 그 지점으로 돌아왔다.

군대를 삶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던 건, 인생에서 겪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기도 했고 나이도 중간쯤이어서였다. 하지만 진짜 삶의 전환점이 결혼이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혼자서 살아온 삶에서 둘이 하나가 되는 사건(?)이니 아니 그렇겠는가? 많은 사람이 결혼을 기점으로 변화를 보인다. 생각의 변화부터 생활의 변화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얼굴이 변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하고 급속하게 노안이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동안을 유지한다. 남자가 노안이 오는 건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서이고, 동안을 유지하는 건 아내가 잘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광은 이 말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노안과 동안은 같은 현상인데, 어찌 그 이유가 다르단 말인가. 아마도 영광 자신이 동안이라는 말을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광의 처지에서는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영광은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석촌호수로 향했다. 그곳에서 시작했으니 그곳에서 정리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제 제법 날도 아주 어두워졌다. 밤길을 천천히 걸으며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를 중심에 두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면 마음도 차분해질 것으로 여겼다. 건널목을 건너 바로 직진했다. 아까 올라온 길 말고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호수로 내려왔던 그 반대편 길인데, 주 진입로처럼 입구에는 꽃으로 꾸민 아치로 되어있고, 불빛도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올라오고 또 내려가고 있었다. 올라왔을 때 보다는 높고 넓은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갔다. 한걸음에 가기에는 좀 길었기 때문이다. 한 칸에 두 발을 다 올리면서 가는 건, 애같이 보일까 봐 싫었다.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동하는 사람들의 방향이 둘로 갈렸다. 어느 방향으로 합류할까 하다가, 익숙한 방향으로 갔다. 호수를 왼쪽에 두고 걷는 방향이다. 트랙을 달리는 방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썰에 의하면, 심장을 중심으로 돌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좀 덜 붐비는 맨 끝, 그러니까 호수에서 가장 먼 곳으로 돌기 시작했다. 이제 20년 전부터 시간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오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반백이’중 절반이 조금 모자라는 시간이지만, 결혼 이후의 시간이 삶 전체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겹게 걸어온 시간이지만,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기회와 손길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영광은 그 지점의 여정을 찬찬히 곱씹어 보자 생각했다.



결혼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청리성 김작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야기를 경청해서, 이로운 것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는 청리성(聽利成) 입니다.

11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