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사라지면, 아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by 청리성 김작가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알지만, 자주 잊는다. 최근 이것을 깨닫는 시간이 있었다. ‘아! 나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하는 건 아니구나!’ 잘 아는 건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는 되니 말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 내가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잘했을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의 기억만 가지고, 한동안 하지 않았으니, 감각이 떨어진 거다. 자주 사용하지 않은 도구가 무뎌지듯, 자주 하지 않아 무뎌졌다.


코칭이 그렇다.

대학원 수업에서 중간고사 대체로, ‘코칭 축어록’ 제출이 있다. 녹음 파일과 함께 제출하는 거다. ‘코칭 핵심 역량’이라는 수업인데, 코칭할 때, 알아야 할 기본 역량을 배우는 시간이다. 코칭을 처음 배울 때 익혀야 하는 역량이다. ‘GROW’라고 하는 대화 프로세스를 배우고, 실제 코칭을 해본다. 그 내용을 녹음해서 축어록과 함께 제출하는 것이 과제다. 많이 해본 것이라 어렵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미리 해도 좋았을 텐데, 이 마음 때문인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할까? 여러 일이 겹치면서, 제출 하루 전까지 끌고 왔다. 더는 미루기 어려운 시기가 와서 코칭을 진행했다.


아내에게 했다.

누군가한테 이 내용을 설명하고 할 시간이 없어서, 아내에게 말해서 하게 되었다. 아내는 코칭 배울 때 여러 번 했던 적이 있어서, 코칭 대화가 어떤 것인지 안다. 하지만 싫어한다. 아내는 질문받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코칭 철학과 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그냥 답을 알려줬으면 한다. 예전에 코칭 실습할 때도 그랬다. 힘들어했다. 질문 좀 그만하라는 말까지 했다. 코칭 대화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아내지만, 과제 제출이니 알았다며 응해줬다.


코칭을 시작했다.

과제라서,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서 해야 했다. 좀 어색하긴 했다.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하는 코칭이 익숙한데, 절차를 인지하고 그에 맞춰서 해야 하니 어색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않음이 느껴졌다. 주제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코칭 질문이 일상적인 대화와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어색함과 난해함이 뒤섞인 가운데, 코칭 대화를 이끌어 갔다. 무엇을 실천할지 옵션을 정하는 시간에, 주제와 다른 옵션을 이야기했다. 주제와 그 옵션의 관계를 물었다. 답하면서 주제에 살이 붙여졌다.


주제가 조금 더 확대되었다.

주제를 재설정했다. 어느 정도 나갔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간 거다. 가끔 처음 꺼낸 주제가 바뀔 때가 있다. 보통은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주제가 바뀌는데, 이번에는 옵션을 이야기하다가 주제가 확대된 상황이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주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아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이 떠오르니 집중하기가 살짝 곤란했다. 생각을 떨치고 다시 경청하는 마음으로 돌아갔다. 이야기를 풀어가서, 최종 실천 과제까지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코칭을 마쳤는데, 아내는 코칭 중간에 살짝 울컥했다고 했다.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코칭 대화하면서, 정말 이제는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결심이 선 거다.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았다고 했다.


스스로 잘하지 못한 코칭이라 여겼다.

다행히도 아내가 알아차림과 감정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도했다. 코칭을 마치고 반성했다. 평소 대화를 코칭 철학과 기술을 염두에 두고 했다고는 하지만, 코칭 환경을 세팅하고 코칭 대화를 나눈 건, 오랜만이었다.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으니, 적극적인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거다. 이번을 계기로 코칭 환경 안에서 대화 나누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국제 코칭 자격 취득을 위해서, 시간도 채워야 하니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을, 해야겠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겸손하지 않을 때 올라온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겸손한 마음으로, 코칭을 다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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