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Sutta Nipāta)의 구절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무소는 코뿔소를 뜻하는데, 뿔이 하나이고 혼자 다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혼자 가는 상징으로 딱 맞는 거다. 이 표현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의 공통점은 혼자라는 사실이다. 무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상태를 말한다. 다른 점은, 의도에 따라 갈린다. 외로움은 의도하지 않은 혼자이다. 의도하지 않아서인지, 외로움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좀 씁쓸하다. 고독은 의도한 혼자다. 혼자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는 말은, 고독에 가깝다.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하루를 돌아보면 그렇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가?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함께 있으면서 생각을 나눈다. 생각의 결이 같을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있다. 생각의 결이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해도, 사람 자체의 결이 다르다면 어떨까? 성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 말이다. 가치관이라고 봐도 좋겠다. 마주칠 일이 별로 없으면, 의도적으로 마주칠 일을 피하면 된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마주쳐야 한다면, 그것도 자주 그래야 한다면 곤욕스러운 일이다.
선택은 두 가지로 갈린다.
내 가치관을 포기하는 것과 내 가치관을 지키면서 혼자 가는 거다. 전자는 타협이라 볼 수 있다. 직장은 물론 아이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본다. 자기의 가치관과 다르지만, 함께 어울리기 위해 따른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도 따른다.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후자는 다르다. 자기 가치관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등을 진다.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것에 동조하지 않는다. 부딪힐 수밖에 없다. 부딪히는 것이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가치관을 지킨다. 때로는 외로움으로 때로는 고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외로움이든 고독이든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
조금 더 나아가 즐기는 힘이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혼자 있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무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한다. 무리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혼자 서는 힘이 없는 사람이다. 혼자 서는 힘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때로는 좀 씁쓸할 수 있지만, 견디어 낸다. 때로는 즐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그 시간에서 의미를 찾는다. 제대로 활용할 줄 안다. 고독의 즐거움을 느끼면, 함께하는 즐거움 못지않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혼자 서는 힘은 어떻게 생길까?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지구력을 키우려면, 달리기나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 된다. 마찬가지다. 혼자 서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이다. 새벽은 어차피 혼자다. 고요한 시간에 혼자 일어나서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시간이 길 필요는 없다. 짧게는 5분 길어야 20~30분이면 충분하다. 지난 하루를 돌아보고 새로 시작될 하루를 살핀다. 그 안에서 나의 존재도 함께 살핀다.
나 스스로와 대화하는 거다.
혼자 있다는 것은 그저 멍하니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거다. 사람들과 있을 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혼자 있을 때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거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다.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아는 것이 생기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다. 생각의 꼬리가 잊고 있던 시간으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경험하지 않은 시간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생각 안에서 유영하듯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음을 느낀다. 평온하고 안락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