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수업 시간에 진단 검사를 했다.
‘조직 개발과 리더십’ 시간이다. 고가의 진단 비용인데, 학교와 진단 검사 회사에서 지원해 줬다. 검사명은 ‘RGPI’이다. RGPI는 Rohen Grow Potential Inventory(로헨 그로우 포텐셜 인벤토리)의 약자로, 중심 가치, 방어 성향, 정서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자기 인식을 돕는 심리 검사 도구이다. 비즈니스 코칭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진단 검사라고 하는데, 이번에 처음 들었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개인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단순히 개인 성향인 줄 알았는데, 이를 파악하는 요소는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RGPI의 검사 항목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중심 가치를 확인한다. 본인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두 번째 방어 성향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방어 기제를 분석하여 보여준다. 세 번째는 정서 상태다. 최근의 감정 상태와 그 영향을 점검하도록 도와준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요소가 중심 가치뿐만 아니라, 방어 기제와 정서 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정서 상태는 그렇다고 해도, 방어 기제가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놀랍다. 방어 기제는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심리 기제이니 말이다.
검사 결과를 받고 생각이 많아졌다.
중심 가치와 정서 상태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방어 기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분노’ 성향이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분노라고? 내가?’ 상황에 따라 욱하고 올라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화를 내진 않는다. 거의 내지 않는다. 차분하게 대처한다. 스스로 그렇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생각할수록 인정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내진 않지만, 은근히 분노를 나타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자제력이 발휘됐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아니었다. 겉으로 드내기도했고, 속으로 씩씩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편한 사람에게는 자주 드러냈다는 거다. 아니라고 했지만, 아닌 게 아니었다.
방어 기제인, 분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인정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개선할 수 있다.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 모르겠지만, 개선하겠다면 바꿔야 한다. 분노가 올라오는 건 어쩔수 없겠지만 빠르게 흐트러트리도록 해야 한다. 올라온 분노를 계속 두거나 떠올리면 분노는 커지고 힘이 세진다.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자제력도 그 힘을 이기지 못한다. 저지르게 되고 후회한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분노는 빠르게 삭이거나 흐트러트려야 한다. 10초 이내에 다스려야 한다. 분노가 나와 주변 사람을 덮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분노를 허물고 평화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