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이미 지나온 시간 중 한 부분으로 간다는 의미다. 돌아간다는 표현을 들으면,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이, 철로 위에서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절규하듯 외치던 모습에서, 정말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돌아가고 싶다는 건, 그 시절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지금보다는 나았다는 말도 된다. 최선과 차선이 있듯, 좋았거나 지금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 그리움으로 짙어지고, 그리움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돋군다.
나는 사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이 더 좋다.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고, 그때 시도하지 못했던 것을 해볼 기회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볼 때는, 지금이 더 좋다. 큰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쉽지 않았던 고생길을 반복하고 싶진 않다. 그 길을 통해 지금의 여건을 만들었는데, 굳이 다시 그 길을 걸을 필요가 있을까? 다른 선택을 해서 더 좋은 여건을 만들 순 있겠지만, 지금도 만족한다. 만족이라는 표현보다는, 감사한다. 나의 역량과 여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지금의 여건이라도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다시 돌아간다면, 선택의 갈림길로 가고 싶다.
지금의 모습은 갈림길에서 선택한 길로 간, 결과다. 그때의 선택이라 여기고 선택했지만, 가끔 생각한다.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아주 오래전,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 가지 길을 다 가보는 프로그램이다. 주인공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외친다. “그래! 결심했어!” 결심한 다음, 각각의 선택에 따라 전개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선택에 따라 어떤 상황으로 이어지는지, 예상하는 재미를 느꼈다.
프로그램처럼,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가장 첫 번째 갈림길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는데,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야구 시즌이나 지금처럼 스토브 리그에서 주가 상승하는 선수를 보면 생각한다. ‘야구를 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잘 된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으로 나뉠 거다. 잘 됐으면 유명한 선수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지도자의 길을 걷거나, 방송인으로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잘 풀리지 않았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황폐한 삶을 갔거나, 뜻밖에 좋은 방향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니 말이다.
이 외에도 생각해 보면, 몇 가지가 떠오른다.
대학을 선택할 때, 경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격기학과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결혼 시기를, 경제적 안정을 갖출 때까지 미뤘다가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임용고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합격했다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전 직장에서 쫓겨나듯이 나와서 회사에 들어오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등등 따지고 보면 셀 수없이 많다. 시간을 두고 가만히 생각하면, 수십 개 이상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만큼 삶의 여정에서, 선택의 순간이 많았다는 말이다. 크고 작은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같은 마음일 거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이 말은 무슨 의미인가? 어떤 선택을 해도 그리움과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이다. 가보지 않았으니 그렇다. 나는 이 마음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라고 표현한다. 가지 않은 길은 가보지 않았고 결과를 알 수 없으니, 괜한 기대감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 만족해도 그런데, 조금이라도 아쉬운 마음이 있다면 더 크게 올라온다. 아쉬움이 계속되고 커지면, 불만으로 연결된다. 잠깐의 아쉬움은 괜찮지만, 오래 계속되는 아쉬움은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두 가지 질문을 해본다.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하고 아쉬워하면서 불만을 품으면 어떤 마음으로 살게 될까? 현재 선택한 길에 의미를 찾고 감사한 마음을 낸다면 어떤 마음을 살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충분히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나아가야 할지도 알 수 있다. 가지 않은 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같은 결과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불평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 이 둘이 그 결과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