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기

by 청리성 김작가

시간 날 때, 보는 드라마가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제목인데, 나하고 맞는 건 딱 하나다. 성(姓)이다. 비슷한 부분이 없으니, 공감되는 부분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창 광고할 때는 보지 않았다. 사람들 대화에서 이 드라마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몇 번 듣고는, 궁금증이 생겼다. 제목을 그냥 들었을 때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중산층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길을 걸었는지가 궁금했다. 순탄치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으로, 저녁 먹을 때 1화부터 하나씩 보다가, 어제 7화를 보게 됐다. 전편의 이야기는 이렇다.


김부장은 아산 공장으로 내려갔다.

좌천된 거다. 우직하게 한 길만 걸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밀려나게 됐다. 본인을 그 자리까지 오르게 한 생각과 방식이, 이제는 내리막을 걷게 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로 공장으로 내려갔다. 낯선 환경과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은,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텃새라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다가, 공장으로 좌천됐다가 본사로 복귀해서 임원을 단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본사 인사부로부터 임무를 받게 된다. 희망 퇴직자 20명 명단을 달라는 거였다. 이후 김부장의 태도가 변했다. 변한 모습이 7화에 나왔다.


강력하게 나갔다.

업무 전 체조할 때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에게 경고하고 벌점을 줬다. 벌점이 누적된 사람들을 20명 명단에 추가하려는 생각에서였다. 근무 환경에서 지적할 사항을 지적하면서 강경하게 나가자, 직원들이 처음에는 소소하게 반발했다. 태도는, 희망퇴직 공고가 붙자 달라졌다. 안전관리 팀장인 김부장을 챙기기 시작했다. 점심 먹을 때 선착순에 밀려 밥을 허술하게 먹었는데, 직원들이 순서를 양보하고 주방 아주머니에게 눈치를 줘서 푸짐하게 담도록 했다. 냉랭했던 직원들 태도가, 온순한 태도로 돌변한 거다.


김부장은 명단을 짜느라 고심했다.

직원들의 인적 사항을 보는데, 당장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거다.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건, 좀 심하게 말해서, 밥줄을 끊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공장에 사고가 발생한다. 불이 난 거다. 본사에서 인사 담당자가 내려왔고, 실사를 진행했다. 김부장과 독대하는 자리에서는, 오히려 일이 쉽게 풀렸다며 김부장을 위로한다. 명단이 금방 추려지게 된 거다. 김부장은 그 명단을 넘기고 본사로 갈 일만 남았다. 그토록 바랐던 본사 복귀의 길이 열렸는데, 김부장의 얼굴은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본사에 도착한 김부장.

인사 담당자에게 명단 제출하고 밥 먹으러 가면, 원하던 본사 복귀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부장은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25년 동안 몸 바쳐서 일한 직장을 한순간에 떠나게 된 거다. 짐을 챙겨서 나오다가 본사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잠시 멈췄다가 발길을 계속 옮겼다. 집으로 갔는데, 아내가 눈치챘다. 양팔을 벌려서, “고생했어!”라고 위로한다. 보너스가 나오면 아파트 대출 갚아야 한다고 다그쳤던 아내가, 김부장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 거다.


마음에 짠한 느낌이 올라왔다.

가장으로서의 무게와 리더로서의 무게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자기가 대신해서 20명의 직원을 살리는 방향을 선택한 거다. 회사에 어떻게든 붙어서 버텨야 한다는 신념을, 얼마 보지 않은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내려놓았다. 대기업이 살벌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구조가 그랬다. 약자끼리 싸움을 붙이는 모습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살기 위해서라지만, 그럼 누구는 죽어도 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누군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자리보다, 함께 어울리며 서로 의지하고 힘을 보태는 그런 공동체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왔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동체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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