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역할이 있다.
역할은 하나로 국한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여러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의 역할, 직장에서의 역할, 소속된 공동체에서의 역할 등 다양하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역할을 셀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역할을 이야기할 때, 전제되는 조건이 있다.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역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맡게 된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역할과 맡겨져서 하는 역할이다. 전자는, 공동체에서 필요한 역할을 자처하는 거다.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역할이 그렇다. 원하는 사람이 여럿 있으니, 선거를 통해 어떤 사람이 역할을 잘할 것인지 구성원이 판단해서 선택한다. 후자는, 원하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맡게 되는 역할이다. 대부분의 역할을 보면, 후자에 해당한다. 원하는 공동체에 합류했지만, 역할은 그것과는 별개로 주어질 때가 더러 있다. 본의 아니게 해야 할 때도 있고, 구성원들이 원할 때도 있다. 나의 쓸모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처음은 어색하고 의아하다.
‘내가 왜?’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이거나 역할이면, 생각은 더 깊어진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지만, 시간이 지나도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계속 들기도 한다. 어떤 역할은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왜 내가 이 공동체를 구성했거나 속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원하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흐름에 따라 맡기다 보면, 서서히 혹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다. ‘아! 이래서 내가 이 역할을 맡은 거구나!’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수많은 역할을 맡았다. 회사에서는 15년 넘게 하던 역할을 내려놓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었다. 역할을 맡은 지 5년 정도 접어들었다. 전공도 아니고 해본 적도 아니, 생각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었다. 어리둥절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기회라 여기고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서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부딪히면서 서서히 익혀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역할을 하는 데 큰 무리는 없는 정도다. 전문성을 높여서 더 나은 역할을 하도록 노력 중이다. 성당이나 기타 공동체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역할을 맡으면서 느끼는 게 있다.
그냥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할 수 있어서 하는 역할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거다. 나뿐만이 아니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다. ‘저 사람이 저 역할을?’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 이유가 있구나!’ 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힘겹게 느껴졌지만, 역할을 하면서 깨닫는다. ‘내가, 이 역할을 맡은 이유가 있구나!’ 이 깨달음이 오는 것이 바로, 사명감을 느낄 때가 아닐지 싶다. 사명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나의 쓸모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깨닫고, 그 역할에 충실한 것. 그것이 바로 사명감을 느끼는 사람이 보이는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