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으려면 비워야 한다.
비워야 담을 수 있다. 기본적인 상식이다. 비우지 않고 담겠다는 건 욕심이다. 아! 물은 다르다. 비우지 않고도 담을 수 있다. 계속 붓는 거다. 계속 부으면 기존에 담긴 물이 바깥으로 넘쳐나고 새로운 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불순물이 담긴 물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개한 영상에서 봤다. 인상적이었다. 이 영상의 메시지는 이랬다. 물에 담긴 더러운 것을 빼내는 방법은, 그것을 하나씩 빼는 것보다 깨끗한 물을 계속 붓는 것이라고 했다. 깨끗한 물을 붓자, 안에 있던 불순물이 순식간에 넘쳐흘렀다. 투명한 컵은 깨끗한 물로 가득 찼다.
사람을 마음에 담을 때도 그렇다.
사람을 마음에 담는다는 것은, 타인을 내 마음의 중심으로 두는 것을 말한다. 내 마음의 중심에 둔다는 것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맞추는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맞추려도 노력한다. 먹고 싶은 메뉴나 가고 싶은 곳을 맞춰준다. 정말 싫거나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웬만하면 맞춰준다. 다툼이 일어나는 이유는, 받아들이고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비우고 그 사람으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내가 크게 자리하고 있으면, 타인을 담을 수 없다. 담을 수 없으니 부대끼게 된다. 다툼이 되고 싸움이 되고 관계가 틀어진다.
나를 비워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채워왔던 경험과 생각 그리고 가치관 등의 많은 것을 어떻게 금방 비울 수 있을 것인가? 쉽게 비우기 어렵다. 불순물이 담긴 물에서 불순물을 걷어내는 것이 어렵듯이, 어려운 일이다. 이 영상에 도움을 받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것도 이 방법이면 어떨지 싶다. 나를 비우려고 노력하지 말고, 상대방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새로운 물을 부어 불순물이 바깥으로 나오게 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계속 부어 내 안에 있는 것을 나오게 하는 거다. 계속 붓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나를 버린다는 것은, 나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담고 싶은 마음을 담기 위해 준비하라는 의미다. 그 마음을 담고 살아내는데 따르는 힘듦과 감내해야 할 것이 곧 자기 십자가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기도와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루의 십자가를 지기 위해 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핀다.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혼자서 지는 게 아니다. 그 힘을 받기 위해 하루를 그렇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