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망각한다.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잘 잊는 것이 있다. 아주 어릴 때의 경험인데, 선명하게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장면도 여럿 있다. 동생이 태어날 때의 기억이다. 세 살 터울이니, 네 살 때의 일이다. 이른 아침으로 기억되는데, 나는 마당에 있었다. 안방에서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나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동생이 빨리 나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어릴 적 집 이야기를 하니, 또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우리 집에 세 들어 사는 가족이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집으로 갔다. 아주머니와 형이 있었는데, 누워있는 이불로 들어가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어렸지만 떠오르는 기억이 더러 있다. 오랜 경험은 기억나는데, 몇 년 전의 일은 까마득하게 잊기도 한다. 애써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상황도 떠오르지 않고 사람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이 나질 않으니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선택적인 기억과 망각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시간 간격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태도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사람이 본래 그렇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내가 받은 도움은 잘 잊는다. 도움받았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가 있다. 도움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으면, 그 사실은 아는 주변 사람이 알려주기도 한다. 그제야, “아~~~!”하며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해 준 도움은 어떨까? 잘 기억한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잘 기억한다.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자기가 누군가에게 해 준 도움은 잘 기억한다.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사소한 것도 잘 기억한다. 마치 어딘가에 새겨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유는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기억과 망각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준 것은 반드시 기억하고, 내가 받은 것은 잊는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내가 받은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당연하니 기억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루틴으로 하는 행동을 애써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끔은 양치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준 것은, 당연하지 않게 여긴다. 당연하지 않으니 기억한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어이없어한다. 처지를 바꿔놓고 보면,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자기가 해 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럴 수 있다.
받은 것은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잊지 말라는 의미다. 해 준 것은 물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바로 잊으라는 의미다. 우리는 이것을 반대로 한다. 받은 것은 물에 새기고, 해 준 것은 돌에 새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바꿔서 기억하고 망각해야 한다. 정신 건강에 이롭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잊고 있었는데, 도움받아서 고맙다고 호의를 받으면 어떻겠는가?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해 줬는데 아무것도 없다며 불평하면 마음이 어떻겠는가? 계속 불편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정신 강을 위해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 또한, 잊어버리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