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는, ‘이미’가 있는가? ‘아직’이 있는가?

by 청리성 김작가

고용돼서 일한 건축가 두 명이 있었다.

고용주는 이 두 사람이 일을 그만두기 전, 마지막으로 집을 한 채씩 지어줄 것을 청했다. 디자인부터 기자재 사용까지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했다. A라는 사람은 툴툴댔다. 지금까지 고생한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일을 시킨다며 불평했다. B라는 사람은 마지막이라는 말에, 잘 지어놓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A는 대충대충 집을 지었다. 의뢰했을 때는 제시한 조건이 있으니 그에 따랐지만, 알아서 하라는 말에 정말 알아서 했다. 자재도 엄선해서 고르지 않았고, 꼼꼼히 살피지도 않았다. 빨리 짓고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집으로써의 역할은 생각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신경을 썼다. 누가 살지 참 안됐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B는 어땠을까?

지금까지는 의뢰자가 의뢰한 대로 지었는데,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듣고, 평소 짓고 싶었던 집을 지었다. 지금까지도 정성을 다해 집을 지었지만, 더 정성을 다했다. 자재도 최고급 자재로 사용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폈다. 자기가 평생 살 집을 짓는 것처럼 신경을 썼다. 집을 다 지은 두 사람이 고용주에게 보고했다. 고용주는 마지막까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금 지은 집은, 제가 두 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신 것에 대한 제 보답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집을 선물 받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갈렸다. A는 침통 그 자체였다. ‘아! 내가 살 집인 줄 알았으면 이렇게 짓지 않았을 텐데. 진작 얘기해주지…….’ 역시 불평이었다.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 고용주를 원망했다. B는 너무 감격스러웠다.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돌아갔다. 기쁨에 넘치는 표정으로, 가족을 떠올리면서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에게, 같은 조건을 줬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라는 조건이었다. 같은 조건인데, 결과는 왜 완전히 갈렸을까? 마음 때문이다. A라는 사람이 생각했듯이 자기가 살 집이라면, 정성을 다해서 지었을 거다.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을 거다. 자식들이 살고 대를 이어서 계속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정성스레 지었을 거다. 하지만 A는 그와 정반대로 지었다. 그의 마음은, 끝까지 일을 시킨다는 불평으로 가득했다. B는 달랐다. 자기가 살 집이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모른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 자신이 받을 것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도,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의 마음에는, 지금까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보답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두 사람의 다른 마음이 다른 결과를 냈다.

받을 줄 알았다면, 정성을 담는다. 결과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받을 줄 모른다면 어떤가? 정성이 잘 담기지 않는다.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마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주면 바로 받아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경제적 논리로 봤을 때, 내가 줬는데 받지 못하면 손해, 곧 바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경제적 논리로 봐도 그렇고 삶의 논리로 봐도 그렇다. 내가 주었다고 그 사람에게 그리고 바로 받지 않는다. 다른 사람 그리고 필요한 때에 받는다. 내가 도움을 준 사람과 도움받은 사람이 같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후배에게 밥을 샀는데,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것이 삶의 논리다.


이미 받았다고 생각하면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용서받은 일을 떠올려보자. 그 일이 떠오른다면,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다. 어렵지만, 굳었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면서 가능해진다. 나눔도 그렇다. 내가 도움받은 일을 떠올리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과를 재거나 따지지 않고 내어놓을 수 있다. ‘아직’이 아닌 ‘이미’라는 마음이, 모든 것을 먼저 하게 만든다.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복잡하게 돌아간다면, 이미 받았음을 떠올리면 어떨까? 조금은 편안하게 내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내어놓는 마음이 곧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더 풍요롭게 만든다. 타인을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