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장소를 신중하게 선택하는가?

by 청리성 김작가

장소가 주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크다. 중요한 만남을 가질 때를 생각하면 그렇다. 식사할 때는, 식사 메뉴도 중요하지만, 장소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 장소뿐만이 아니라 어느 자리에 앉을지까지 세심하게 살피기도 한다. 장소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고, 그 감정이 주는 여파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중요한 만남에서는, 장소를 신중하게 선택한다. 중앙에 앉을지 창가에 앉을지도 살핀다. 중요한 계약을 앞둔 장면에서는, 문을 등지고 앉을지 문을 바라보고 앉을지도 따진다. 채광을 살펴서 블라인드를 조정하기도 한다. 고급 펜을 준비하기도 하고, 의자의 높이까지 고려한다. 우위를 점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상대방의 의자보다 높게 세팅한다.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환경 세팅이다. 영화 <타짜>에서도, 한 장면이 떠오른다. 도박 공간을 꾸미는데, 햇빛을 가리라고 소리친다. 누가 해 떠 있는 것을 보면서 화투를 치고 싶겠냐고 하면서 말이다.


장소가 주는 영향을 최근에, 다시 느꼈다.

코칭 대화에서였다. 대화를 나누면서, 알아차렸다. 코칭 고객은, 고객사 담당자가 좀 별다르다면서 운을 뗐다. 평소에는 편안하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만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금방 친해지는 성향으로 빠르게 친해졌다고 했다. 일상 대화를 할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한다고 했다. 가족 이야기까지 한다고 한다. 가족 이야기를 하는 고객이라면 어떤 사이일까? 단순히 업무적으로만 만나는 사이는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봐도 된다.


문제는 업무 이야기를 할 때다.

편안하게 이야기하다가, 업무 이야기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한다. 평소 이야기할 때는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는데, 업무 이야기할 때는 드러내기를 꺼리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업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해줘야, 반영해서 더 좋은 제안을 하고 서비스 제공을 하는데 그러기 어렵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했다. 고객사 담당자가 상사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거다. 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상사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업무적으로 무언가를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게 다일까?

아니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이야기하던 중, 직감 하나가 올라왔다. ‘일반적인 얘기는 카페에서 하는데, 일 얘기는 회의실에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질문했다. 회의는 어디서 하는지 물었다. 회의실에서 한다고 한다. 카페에서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회의는 회의실에서 한다고 했다. ‘일상과 업무의 차이로 온도 차가 나기도 하지만, 장소 때문은 아닐까?’ 이 부분을 고객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럴 수도 있겠다며 동의했다. 카페에서는 일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회의실에서는 부드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심리 상태일 수 있으니, 편안한 장소에서 이야기해 봐야겠다면서 마무리했다.


장소가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회의실에서는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울 수 있다. 회사나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하면 더욱 그렇다. 비밀 보장에 관한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왠지 다 오픈하면 안 될 것 같은 중압감이 느껴진다. 직원 면담할 때도 그렇다.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는 회의실에서 하는 것이 더 맞지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면 어떨까? 회의실보다는 카페나 야외에서 걸으면서 하는 것이 좋다. 마음이 열리지 않은 공간에서 마음을 열라는 것은 고문과도 같다.


목적에 따라 장소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소 하나만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나눌 이야기가 있는데, 시끄러운 카페에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 이야기도 제대로 못 하고, 서로 기분만 상할 수 있다. 중요한 만남을 준비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도 중요하지만, 장소와 환경을 신경 써야 한다. 환경이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은 지극히 감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야,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