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 담은 포도주처럼, 감추려 해도, 베어져 나오게 되는 마음
한 소년이, 동네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동네에 오래 살고 있던 아이라, 주인아주머니와도 잘 아는 사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명랑하게 인사하며, 문을 밀고 들어간다. 문에 달린 종이 요란하게 울린다. 슈퍼 입구에서 몇 발자국 앞으로 들어가다, 종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소년도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슈퍼 안은 고요하고, 인기척이 나지 않는다. 소년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안쪽에 있는 방을 살피며 속삭이듯 묻는다. “누구 안 계세요?” 자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슈퍼에는 다시 정적이 깔린다. 소년은 이때, 들어올 때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한다. 입구에 있던 캐러멜 한 개를 집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슈퍼 안이 고요해서인지,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더 크게 울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서 있던 아이는 캐러멜 한 개를 더 집어 반대쪽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혼잣말이지만, 누군가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조금 큰 소리로 말하며 슈퍼를 나온다. “아무도 안 계시나? 다음에 와야겠네?”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데, 세부적인 묘사는 조금 보탠 것도 있다.
소년이 슈퍼에 들어간 이유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였다. 아마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와 같이 씩씩하게 인사하며 슈퍼문을 연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 순간, 소년의 머릿속에는 평소에 상상하지도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된다. 계획된 생각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근대는 심장 소리를 참으며 캐러멜 한 개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다. 심장은 더 크게 두근거리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한 개를 더 집어넣는다. 캐러멜 한 개와 양심을 바꾸기는 좀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누가 있는지 재확인을 하며 슈퍼를 빠져나간다.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소년의 머리를 지배하는 순간, 어둠의 그림자가 소년의 마음을 덮쳤다.
죄의 시작은,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도, 혼자 있으면,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그것이 좋은 마음과 의도에서 출발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소년의 행동처럼 말이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트루먼쇼’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곳곳에 CCTV를 설치해,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어디에 있든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나마 죄를 덜 짓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잊지 않으면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쁜 사람은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사람들이 보지 않더라도 해야 할 것은, 선한 영향력도 있지만, 악한 마음을 품고 행동하지 않는 것도 있다.
신기한 것은, 악한 마음과 행동이 자신은 안 드러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동물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적을 만나 도망칠 때, 자신의 머리를 땅속에 처박는 동물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보이지 않으니, 적도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 보이지 않지, 다른 사람은 다 보고 느끼고 있다. 이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