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신뢰

by 청리성 김작가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덤

공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많지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한순간인 게임이 있다.

‘도미노 게임’이다. 다양한 색상의 블록을 일정 간격으로 배열하고, 중간중간 장애물과 장치를 설치해서, 다양한 모양으로 설치했던 기억이 난다. 심혈을 기울여서 하나씩 차곡차곡 배열하고 있는데, 누군가 실수로 건드려 와르르 무너트리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요령이 생겨, 중간중간에 블록을 빼놓는다. 넘어지더라도 그 지점에서 끊길 수 있게 말이다.

도미노의 배열이 다 완성되면, 중간에 빼놨던 블록을 채우고 마무리한다.

이때가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정성껏 세워두었던 도미노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쌓았던 노력이 아까운 마음도 들지만, 차례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손가락으로 처음의 블록을 살짝 밀어낸다. 마지막 도미노가 쓰러질 때까지 막힘없이 흘러가면 성공이지만, 중간에 끊기게 되면 보는 맛도 끊기게 된다. 아쉽지만 그 지점에 있는 도미노를 살짝 밀어 이어가게 한다.

‘도미노 게임’을 보면, 신뢰와 불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신뢰를 쌓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불신으로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아홉 번 신뢰 있는 모습을 쌓아도, 불신의 씨앗 한 알로 아홉은 금세 무너져 내린다. 신뢰가 두터운 사이라면 관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그마저도 장담할 순 없다. 신뢰가 도미노의 조각을 세우는 일이라면, 불신은 하나의 조각으로 나머지를 쓰러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신뢰를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는 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한순간이다.


왜 신뢰를 쌓는 것은 어렵고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까?

무엇이 신뢰를 두텁게 하는 것일까? 오랜 시간 만나고 오랜 시간 함께 하면 신뢰가 두터워질까? 사실 정답은 없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으로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고, 오랜 시간 봐도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여러 번 실수해도 끝까지 믿음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번의 실수에도 단칼에 관계를 정리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어떠한 이론과 설명으로도, 신뢰와 불신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신뢰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저 정도는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 영화가 있다.

‘신세계’다. 다시 보기를 가장 많이 했던 영화인데, 볼 때마다 재미와 울림이 있다.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라는 그룹에 잠입하게 된 경찰 이자성(이정재)은, 그룹 2인자 이자 실세인 정청(황정민)이라는 사람의 오른팔이 된다. 그러다, 정청은 이자성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지금까지 형제처럼 지냈던 동생을 경찰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것인지, 품을 것인지를 고민한다. 고민 끝에 결국 품게 되고, 정청은 견제하고 있던 다른 세력에 의해 죽게 된다. 죽기 직전, 이자성은 정청이 자신이 경찰임을 알고도 품어주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정청이 이자성을, 자신들의 최대 적인 경찰임을 알고도 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너무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명확한 표현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자성은 정청에게 아부를 하거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영화 초반에도 나오지만, 매정할 정도로 쌀쌀맞게 대한다. 그런데도 정청은 이자성을 아끼고 사랑한다. 죽음이 임박한 그 순간에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것 아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탤런트가 다르고, 생각하는 것과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방법이 아닌, 마음이 앞장서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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