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기적

by 청리성 김작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나눔으로 얻을 수 있는 것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약속한 날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백 개의 도시락을 나눠줄 수 있는 건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님이 뉴스에 출연하셔서 인터뷰하신 영상을 봤다.

이렇게 말씀하신 신부님께, 앵커가 확인 질문을 드렸다. 신부님은 이 말에 덧붙여서 설명하셨다. 매일 2개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첫 번째 기적은 봉사자다. 개인적으로 오기 때문에, 몇 명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락 나눔을 시작하는 1시가 되면, 매일 많은 봉사자가 몰려온다고 한다. 두 번째 기적은 매일 3시, 700명~800명에게 식사를 나눠 주는 것이다. 매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하셨다. 아름다운 일이고 기적이라고. 직접 봉사하는 사람 이외에, 기부하는 사람이 많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계획할 순 없지만, 한 끼가 간절한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줘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이런 기적을 일궈내고 계신다.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타인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이 하는, 공통된 말이다. 능력이 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돼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신다는 말이다. 이런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나름 한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마음과 실천을 내놓기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분들의 시작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이라 할 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시작했다. 시작과 준비를, 함께 한 것이다.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의 공통된 이유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준비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그런 이유다.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책을 읽거나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전문가나 지인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머릿속에 정리가 되고, 준비되었다는 사인이 오면 실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준비해도, 머뭇머뭇한다.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따지는 거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서, 현실 가능성을 따진다. 내가 투입해야 하는 것은 어느 정도고 돌아오는 것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하면서 손익을 따진다. 사실 필자도 많이 따지는 편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머리가 먼저 빠르게 움직인다. 물론 그래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고 다짐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여유 있게 가지고 있으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오래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가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완고한 마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따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완고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손을 움켜쥐고 있으면 다른 것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기적을 바란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움켜쥔 마음을 열어야 한다. 기적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나눔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내려놓고 내어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고, 무엇을 실천할지 고민해야 한다.

keyword
이전 16화76.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