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준비

by 청리성 김작가
상황이 닥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해야 하는 것

초대한 손님의 맞이하는 것과 예상하지 못한 손님을 맞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과 그러지 못한 것은 마음 상태부터가 다르다. 준비하고 기다릴 때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서,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당황할 일은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손님은 마주한 그 자체가 돌발 상황이다. 마음의 준비는 물론 맞이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대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맞이할 수 있도록 집안을 정리해놓지 않았다. 주부의 처지에서, 살던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불편하게 느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편하다.

좋은 일이라면 깜짝 파티에 초대받은 느낌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업무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경력자는 같은 업무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벌어질 문제 상황을 예측하고 사전에 차단하거나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성과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격과 수비로 나뉘는 스포츠도, 강조하는 것이 ‘준비’다.

야구에서는 수비수에게 준비에 대해 강조한다. 외야 플라이는 공이 떨어질 위치를 예측하고 그 자리에 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내야 땅볼은 타구가 지나가는 길목을 예측해서 지키고 있어야 잡아낼 수 있다. 타율이 좋은 타자가 나왔을 때, 수비 위치를 정상 위치가 아닌, 좌측으로 몰거나 우측으로 모는 이유가 그것이다. 타구가 많이 나가는 방향으로 극단적인 수비를 해서, 확률을 높인다.

배구에서는 공격 시, 특히 스파이크 기회에서, 맞이해야 한다는 표현을 한다.

체대 입시를 준비할 때, 배구가 전공이셨던 선생님이 자주 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스파이크를 때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면, 공을 띄워주시면서 “맞이해! 맞이해!”라고 외치셨다. 공을 때리는 위치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점프했을 때, 공을 내 머리 앞에 둬야 정확하고 강력하게 때릴 수 있다. 공을 맞이하지 못하면, 머리 위나 그 뒤에서 때리게 되는데, 그러면 공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없다.


준비하지 못하고 맞이했던 경험을 한 사람은, 그 상황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게 된다.

손님을 갑작스레 맞이한 사람은,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스포츠에서는 반복된 훈련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다시’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 퇴사의 압박을 받을 때다.


준비한 사람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 생활하는 사람은 그나마 충격이 덜하겠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면 난감함을 넘어 절박함에 허둥대게 된다. 필자도 그때의 느낌을 아직 잊을 수 없다. 퇴사의 압박은 급격하게 다가왔지만, 돌이켜보면, 조금씩 그런 낌새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준비하지 못한 필자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관계로 맺어졌다 해도, 순간이다. 서로의 필요로 맺어진 관계는 필요에 따라 갈라지게 된다. 갈라지는 칼자루는 개인보다 회사가 더 유리하게 잡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지겠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더 조심해야 한다. 책임이라는 덫을 놓고, 필요가 다하면 언제든 뒤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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