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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May 19. 2021

들어가는 말

아빠가 처음이라.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이 있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끼인 둘째 ‘덕선’이, 참고 참았던 불만을 터트리면서 시작된 장면이다. 치킨을 먹을 때, 2개뿐인 다리를 배분하는 논리는 이랬다. 언니라서 다리 하나. 막내라서 다리 하나. 그렇게 중간에 끼인 ‘덕선’은 좋아하는 닭다리를 먹지 못했다. 언니와 태어난 날짜가 비슷해, 생일도, 항상 언니 생일에 맞춰 ‘덕선’은 덤으로 지냈다.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언니를 축하해준 다음, 불을 다시 붙여, ‘덕선’을 축하해줬다.

이런 불만들이 쌓이고 쌓이던 중, ‘덕선’은 이번 생일만큼은, 따로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강력한 요구에도, ‘덕선’의 부모는 건성으로 듣고,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덕선’은 폭발했다. 그동안 부당하다고 느꼈던 불만들을, 울분을 토하면서 같이 토해냈다. ‘덕선’의 부모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덕선’의 아버지는 훌쩍이는 딸 옆에 앉아,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빠 엄마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첫째 딸은 어떻게 가르치고 둘째는 어떻게 키우고 막둥이는 어떻게 사람 만드는지 몰라서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 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다. 그니깐 우리 딸이 조금 봐줘.”     


이 장면을 보고 엄청나게 울었다.

필자 역시 딸 셋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 말에 너무 공감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부족하다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 아빠 시절이 떠올랐다. 갓난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도 몰랐고,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도 몰랐다. 왜 우는지조차 몰랐다. 첫째를 키우면서 부족했던 모습을 둘째를 키우면서 조금 보완했고, 셋째를 키우면서 조금 더 보완하면서 키우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유아체육 5년의 경험이었다.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이왕이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찾던 중, 알게 되었다. 2년 반 정도 강사 생활을 했고, 4학년 2학기 때는 취업계를 내고 직원으로 들어갔다. 교사의 꿈을 이루고 싶어 임용고시를 보려 했으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취업을 선택했다. 유아체육 강사도 체육 교사라고, 나를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      


유아체육이라고 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만 수업을 한 건 아니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초등학생은 축구 교실과 농구 교실의 형식으로 수업을 했다. 중학생은 학교 시험 종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2~3세 아이부터 중학생까지, 만나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꽤 넓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연령대별로 아이들을 미리 체험한 결과가 되었다.      


가장 많이 수업하고 머물렀던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을 통해, 취학 전 아이들의 성향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때 경험하고 느꼈던 많은 상황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뽑기를 하듯, 그때의 기억을 하나씩 뽑아서 적용했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을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그 또한 하나의 배움이 되었다.      


아이를 낳는 건 부모지만, 부모를 성장시키는 건 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많은 일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적으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아이로 인해 주의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다. 마음 같아서는 성격대로 하고 싶지만, 아이를 봐서 참는 것이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부모로 성장하는 일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부모로 잘 성장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배움의 길을 걷는다.  



[목차]   

  

Ⅰ.생활

 1. 꾸준함으로 만드는 가족의 약속

 2. 뭣이 중헌디?

 3.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바라보기

 4. 생각의 무게 중심

 5. 합체 로봇

 6.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7. 사랑과 집착

 8. 평화로운 가정


Ⅱ.대화

 1. 사춘기의 서막

 2. 아빠가 좋아할 만한

 3. 언어의 때

 4. 의심과 질문

 5. 효자와 불효자

 6. 칭찬의 작용과 반작용

 7. 행주 사건


Ⅲ.교육

 1. 자율과 통제

 2. 중재자 역할

 3. 꿈과 목표 그리고 사명

 4. 규정을 정하는 두 가지 방법

 5. 목마를 때 주는 물

 6. 캐러멜 도난 사건

 7. 좋은 사람, 먼저 되기

 8. 비교하는 감사

 9.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

 10.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Ⅳ. 그리고, 결혼

 1. 결혼?

 2. 다 갖추고 한다고?

 3. 결혼은, 이인삼각 게임이다.

 4. 결혼과 클레이

 5. 궁합

 6. 결혼과 가정 그리고 마음 나누기

 7. 지금까지 이런 기다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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