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리성 김작가 May 30. 2021

6.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생활

아이의 순수함은, 자칫 어른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전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아이가 있는 어떤 부부가 말다툼한다. 아이의 엄마는 시댁에 가기 싫다고 하고, 남편은 그래도 가야 한다고 실랑이를 벌인다. 우여곡절 끝에, 가기로 하고 가게 된다. 엄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아빠와 다툰 이야기를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시킨다.    

 

손주를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무척 반가워하며, 아이에게 보고 싶었는지를 묻는다.

아이는 매우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인다. “근데, 엄마는 안 보고 싶었나 봐요. 여기 오기 싫다고 아빠랑 싸웠어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엄마가 주의시켰지만, 아이는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비밀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거다.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니까,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라는 자신의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는 거다. 말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비밀이라는 단어는 지워진다. 특히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오히려 솔직하게 말한 아이를 칭찬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커서 거짓말하면, 뭐라 할 것인가? “왜 거짓말하고 그래, 어?”라고 윽박지를 것인가? 그때 아이가, “엄마 아빠가 그렇게 가르치셨잖아요!”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대만과 일본에서도 출간된 <엄마 학교>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서두르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두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결과가,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의 지,덕,체를 갖춘 인재로 자라 준 것이라 말한다. 모든 부모가 원하는 모습의 성장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행동으로 본을 보이는 것과 더불어 말로 가르친 것이 있다고 한다. ‘정직해라.’     


거짓말은 남을 속일 수 있지만, 자신은 속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존귀한 자신을 존귀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 설명한다. 거짓말은 완전하지 않아서,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보통 거짓말을 한 사람은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20가지의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존귀하지 못하다는 말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런 예를 들어 설명한다.      


‘엄마가 가게에서 거스름돈으로 3,000원을 받아야 하는데, 점원이 착각을 해서 7,000원을 거슬러 주었을 때 더 받았다고 기뻐할 일이 아니다. 더 받았다는 것을 알면서 모르는 척 그래도 받은 것은 자신은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해서 편의점을 갔다. 마침 현금이 있어서 현금으로 계산했는데, 2,000원을 더 거슬러줬다. 나오면서, 내가 계산한 금액이랑 다른 게 이상해서 다시 계산해봤다. 점원이 잘 못 거슬러줬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웬 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 손을 잡고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거스름돈을 더 주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면서 2,000원을 건넸다.

“네? 잠시만요. 아…. 맞네요. 고맙습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쫙 펴며 편의점을 나왔다.

아이가 말했다.

“그냥 갔으면, 나중에 아이스크림 더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왜 줬어요?”

“고작 2,000원에 양심을 팔 순 없잖아?”

덕분에 좋은 교육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전철이나 기차를 탈 때도 값을 꼭 치렀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어린이 표를 끊어 당당하게 돈을 내고 다니게 했다고 한다. 사실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나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갈등이 생긴다. 버스 요금은 그렇다고 쳐도, 뷔페식당이나 놀이공원을 가면, 고민이 되기도 한다. 가격차이가 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많은 집은 더욱 그렇다. 사실 고민이 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누군가를 속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건 더 싫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하고 값을 치렀다. 한 번은 놀이공원 매표소 점원이 아이가 아직 어려 보이니, 초등생으로 끊어주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해준 적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거짓을 가르치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 예를 든 드라마처럼, 아이에게 거짓을 강요한다. 특히 할아버지나 할머니한테 거짓을 말하도록 강요한다. 그 사실을 알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서운해하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악역은 아빠보다 엄마가 많이 맡는다. “할머니한테 말하면 안 돼!”라고 하면서, 아이의 입을 단속시킨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래도 거짓은 거짓이다. 사람이 거짓을 말하지 않고 살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치는 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아이들 앞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한 것 역시 아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다.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여든까지 갈 수 있는 좋지 않은 버릇을 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는 아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로 전달된다. 쉽게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던진 한마디가, 아이의 머릿속에 각인이 될 수도 있고, 평생 그 사람의 생각을 붙잡아 둘 수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로 유명한 호아킴 데 포사다의 <바보 빅터>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바보 빅터>의 저자는, 한국인 독자에게 쓴 글에서, 두 주인공 빅터와 로라가 삶에서 잃어버린 ‘진실’을 되찾는 여정을 담았다고 소개한다. 빅터는 천재였음에도 자신을 바보로 알고 살았고, 로라는 예쁜 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집에서 ‘못난이’라는 별명으로 콤플렉스를 가지며 살았다.      

로라의 어머니가, 어둠에 빠져들고 있는 딸에게 작은 빛줄기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토크쇼에 참가 신청을 한다. 워낙 당첨될 확률이 낮았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여기서 로라가, ‘못난이’로 불리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로라는 어릴 때부터 눈에 띌 정도로 예쁜 아이였다.

아빠는 로라를 데리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날 백화점에서 아이를 유괴당한다. 다행히 한 시간 만에 찾았지만, 로라의 부모는, 그 후로는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가 두려워졌다. 로라가 너무 예뻐서 유괴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에게 못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예쁜 옷도 입혀주지 않았다고 했다. 로라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는 자신들의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되돌아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라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들어온 ‘못난이’라는 별명 때문에 의기소침하고 콤플렉스에 철저히 갇힌 사람으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결혼했지만 그 영향으로 이혼도 하게 되었다.      


어릴 때 기억은, 성장하면 기억에서 지워질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습관적인 말이, 아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 상처는, 성장하면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돼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만든다. 부모도 사람이라,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순 없다. 다만 상처를 줬다면, 바로 용서를 청하고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5. 합체 로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