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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Jun 11. 2021

2. 아빠가 좋아할 만한

첫째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두 아이가 성당에서 영화를 보고 온 이야기를 해줬다. <말모이>라는 영화였다. 제목을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어떤 내용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둘째는 영화를 보면서 울기까지 했다고 했다. 두 아이는,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좋아할 만한 영화예요. 꼭 보세요!”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니 내용이 궁금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내가 좋아할 만한’이라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대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밥 먹다 말고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했다.   

   

 ‘일제강점기, 말과 마음을 모은 우리말 사전

’포스터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줄거리를 살펴봤다. 우리말이 금지된 일제강점기에, 사라져 가는 우리의 말을 모으면서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중에 영화를 봤는데,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봤다. 전국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모인 사람들을 통해 사투리를 정리하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말 처절하게 지키신 분들 덕분에, 마음껏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가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글을 지키고 정신을 지키신 분들 덕분이다. 후손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 하나로, 끝까지 지키신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아야 한다. 힘든 상황이라도, 그때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라면, 불만보다 감사의 마음이 더 들 수 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비친 아빠의 이미지가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평소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 그리고 잘못 사용하는 표현이나 언어를 수정해주는 모습을 통해, 그렇게 느낀 것으로 생각된다.   

  

쉬는 날이면,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식탁에 노트북을 켠다.

때로는 독서대를 놓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아이들은 늦은 잠에서 깨어나 하나둘씩 거실로 나온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으로 포옹을 하며 아침 인사를 나눈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책을 읽거나 글 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날은 자신들의 할 것(?)을 가지고, 식탁에 하나둘씩 모이기도 한다. 어느새 공부방이 된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고쳐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언가를 요청할 때 마무리하는 말이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 이렇게 질문한다. “아이스크림 좀 사주시면 안 돼요?” 뭐가 잘못되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잘못된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이렇게 하라고 아이들에게 유도한다.  

    

“아이스크림 좀 사주실 수 있으세요?”

부정형이 아닌, 긍정형으로 마무리하라고 한다. 듣는 사람 관점에서 부정형 질문은, ‘안 된다’라는 말이 귀에 꽂힌다. 그러면 안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게 편하다. 당연히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긍정형으로 질문하라고 말해준다.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누가 좋아할 만한 음식, 누가 좋아할 만한 영화, 누가 좋아할 만한 책, 누가 좋아할 만한 사람 등등.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는 것이고,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어떤 것에 좋은 반응을 하고, 어떤 것에 좋지 않은 반응을 하는지 잘 살펴봤다는 말이 된다. 관심과 대화로, 가족이 좋아할 만한 그 무언가를 많이 아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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