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리성 김작가 Jun 18. 2021

5. 효자와 불효자

대화

옛날, 한마을에 효자와 불효자가 살고 있었다.

불효자를 둔 아버지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효자네 집에 가서 배워오라고 보냈다. 불효자는 효자네 집에 와서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저녁 밥상이 나오자, 효자는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음식을 하나씩 먹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부자리를 폈는데, 효자는 아버지가 주무시기 전에 먼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효자가 이불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는 이번에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불효자는 이 모습을 보고, ‘효자 되는 거 별거 없구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불효자는 그가 본 대로 행동했다.

밥상이 나오자,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였다. “어찌 너는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음식을 먹느냐!” 불효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효자의 집에서 봤던 아버지의 반응과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잘 시간이 되어 이불을 폈다.

아버지가 이불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불효자가 잽싸게 먼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다시 노발대발하면서 물었다.

“넌 도대체, 효자 집에 가서 무엇을 배워온 것이냐?”

“효자가 한 행동을 그대로 한 것인데, 왜 아버지께서는 역정을 내시는 겁니까?”

억울한 불효자가 오히려 되물었다.     


효자와 불효자가 한 행동은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효자라 불리고, 누군가는 불효자라 불린다. 그 이유는 뭘까? 행동만 같았기 때문이다.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가 공감돼야 행동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효자의 행동에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고, 불효자는 그냥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 겉모습만 따라 했다. 그러니 아버지에게 좋은 말을 듣지 못했다.     


효자가 먼저 음식을 먹은 이유는, 상한 음식이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상한 음식을 드시고 병에 걸리실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이 먼저 확인하기 위해 음식을 먹었다. 이불에 먼저 들어간 이유는, 자신의 체온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겨울이었던 터라, 이불을 펴고 바로 들어가면 차가운 기운에 소름이 돋는다. 그 차가운 기운을 없애기 위해 이불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행동 자체만 보면, 효자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당신을 위해서라는 걸, 아버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효자의 의도를 알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불효자가 행동의 의도를 알고 아버지에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불효자도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보고 혼을 낼지 칭찬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도 이와 같다.

행동 자체만 보고 혼내기 위해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접시를 깨트렸다고 아이를 다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다 깨트렸는지를 물어야 한다.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고 물어봐야 한다. 일하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설거지하다 깨트렸다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나? 틈만 나면 용돈을 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다그쳤는데, 알고 보니 아빠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한 것임을 알면 어떡하나?     


의도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질문하고 대화해야 한다. 때로는 눈감아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깜짝쇼처럼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기대에 찬 눈망울과 마음을,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흩트려버리는 부모가 되진 않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4. 의심과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