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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Jun 19. 2021

6. 칭찬의 작용과 반작용

대화

첫째가 6살 둘째가 3살 때였다.

셋째는 태어나기 전으로 기억된다. 주말 출장을 갔다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두 아이가 달려들었다. 이제는 둘째와 셋째는 달려들지만, 고등학생이 된 첫째는 슬금슬금 다가온다. 때로는 찾아가는 서비스로, 직접 방에 들어가야 만나고 안을 수 있다.     


요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커버를 닫을 때, 문득 아이들 어릴 적이 떠오른다.

‘띠리릭’ 하고 커버를 닫는 순간, 함께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다다다닥’하고, 아이들이 달려오는 발소리다. 총성과 함께 달려 나가는 스프린터처럼,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귀신같이 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 첫째부터 셋째까지. 상품은 없지만, 선착순 1등을 하기 위한 아름다운 경쟁은 매일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리고, 커버를 닫는 순간 누가 먼저 달려 나올지 기대를 하며 문을 열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디 가고 없을 땐, 현관에 들어선 순간, 매우 낯선 느낌이 몰려왔다. 안아주고 뽀뽀하고,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안으로 들어가면, 아내가 흐뭇하게 쳐다보곤 했다.      


하루는, 뽀뽀하고 안아주면서 잘 놀고 있었냐고 묻자, 둘째가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갔다.

마루에 있는 테이블에는, 종이와 크레파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둘째가, 그 안에서 한 장의 그림을 뽑아 들고 내 앞에 펼쳤다. 그림을 펼쳐 든 아이는, 해맑은 표정과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반응을 재촉했다. “와~! 이걸 우리 애기가 그린 거야? 대단한데?”라며 엄지 척을 하고,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줬다. 둘째를 내려놓는데, 첫째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왜, 그러지?’ 잠깐 생각해봤더니,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둘째에게 물었다.

“이거 언니가 가르쳐줘서 그린 거지? 언니가 도와준 거지?”

“네! 내가 가르쳐주고 색칠도 도와줬어요!”

첫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가로챘다. ‘그래! 이거였구나!’

“역시! 언니가 도와주니까 이렇게 잘한 거구나? 자! 우리 애기도 안아주자!”


첫째도 둘째와 마찬가지로 번쩍 들어 안아줬다. 그제야 얼굴이 환해졌다.     

첫째가 둘째를 계속 잘 돌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가 칭찬받을 행동을 했을 때, 둘째의 행동은 물론, 첫째의 몫도 칭찬한다. 둘째의 칭찬받을 행동은, 첫째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나이 차이가 나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진다. 첫째의 그 몫을 인정해줘야 한다.      


둘째의 잘한 모습을 보고, 둘째의 행동만을 칭찬한다면, 첫째는 상심하게 된다.

자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첫째는 둘째와 같이 노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그 강도가 심하게 되면, 둘째에게, 해코지하기도 한다. 자신이 받아야 할 몫을 동생에게 빼앗긴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동생이 태어날 때, 아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자신이 독차지하던 사랑이 나눠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니 자신이 받아야 할 칭찬을 받지 못하면, 그 이유를 동생에게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첫째가 둘째와 계속해서 잘 놀기를 바란다면, 첫째의 보이지 않는 몫을 칭찬해주어야 한다.

첫째의 영향이 아닌 둘째의 단독적인 행동이라도 칭찬을 받게 되면 더 잘하려고 한다. 공짜 칭찬은 마음에 책임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심부름 값을 먼저 받은 것과 같다. 받았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칭찬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이 있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만큼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칭찬’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언급된 제목이자 문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켄 블랜차드 외 3명이 지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다.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라’라는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어요. 어떤 행동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일수록 그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그 사실을 범고래들에게 배웠죠. 범고래들도 잘못한 일 대신 잘한 일에 관심을 가져주면 올바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칭찬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그리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반복해서 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조금 더 인용하면, ‘내가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올바로 행동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해주길 원하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면, 그 부분을 칭찬해주면 된다. 그러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된다.   

  

첫째가 둘째를 돌보고 둘째가 셋째를 돌보게 하는 방법은, 지시가 아니다.

첫째에게 그리고 둘째에게 그들의 몫을 칭찬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몫을 받았기 때문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암묵적인 약속을 한다. 내가 받은 칭찬에 대한 보상이, 동생을 잘 돌보는 것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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