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배려

by 청리성 김작가
『어떤 포장지로 포장할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한 마음』

옛날, 한마을에 효자와 불효자가 살고 있었다.

불효자를 둔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효자의 모습을 배우고 오라며 효자네 집으로 보냈다. 불효자는 효자네 집에서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저녁 밥상이 나오자, 효자는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음식을 하나씩 먹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부자리를 폈는데, 효자는 아버지가 주무시기 전에 먼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효자가 이불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는 이번에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불효자는 이 모습을 보고, ‘효자 되는 거 별거 없네!’라고 생각하며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불효자는 자신이 본 그대로 행동했다.

밥상이 나오자,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였다. “어찌 너는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음식을 먹느냐!” 불효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효자의 집에서 봤던 아버지의 반응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잘 시간이 되어 이불을 폈다. 아버지가 이불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불효자가 잽싸게 먼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다시 노발대발하면서 물었다. “넌 도대체, 효자 집에 가서 무엇을 배워온 것이냐?” 불효자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께 되물었다. “효자가 한 행동을 그대로 한 것인데, 왜 아버지께서는 역정을 내시는 겁니까?”

효자와 불효자가 한 행동은 같다.

하지만, 누구는 효자라 불리고, 누구는 불효자라 불린다. 그 이유가 뭘까? 행동만 같았기 때문이다.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공동체에서 정한 행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행동하도록 정해진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정해진 이유를 벗어나지 않는다. 효자의 행동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불효자는 그냥 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 겉모습만 따라 했다. 그러니 아버지에게 좋은 말을 들을 수 없었고,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효자가 먼저 음식을 먹은 이유는, 상한 음식이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상한 음식을 드시고 병에 걸리실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효자는 음식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먹었다. 이불에 먼저 들어간 이유는, 자신의 체온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겨울이라, 이불을 펴고 바로 들어가면 차가운 기운에 소름이 돋는다. 그 차가운 기운을 없애기 위해 이불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행동만 보면, 효자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었다. 효자의 의도를 알고 있던 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이유다. 드러난 행동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행동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본질적인 이유가 반영되지 않은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한 식당에서 씁쓸하게 지켜봤던 장면이 떠오른다.

노모를 모시고 온 가장이었는데, 가족 몇 명과 함께 왔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라 대기를 해야 했다. 나도 가족과 함께 갔는데, 대기 중이었다. 가장은 투덜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는, 잘 들리는 혼잣말을 시작으로 종업원에게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를 계속 따져 물었다. 노모는 불안과 불편을 함께 버무린 듯한 표정으로, 그냥 가자며 아들로 보이는 가장에게 몇 번을 말했다. 가장은 어머니한테, 여기 음식을 꼭 맛보셔야 한다며 기다리자고 했다. 그리고 또다시 투덜이 시작됐다. 옆에 있던 나도 거슬릴 정도로, 크고 거친 목소리였다. 함께 있던 가족들은 익숙한 듯 각자의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가장은 어머니한테 좋은 음식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음식으로 기분 좋게 해 드리려는 마음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보였다. 어머니를 기분 좋게 해 드리겠다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어머니 마음을 헤아렸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자기만족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당사자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배부른데 맛있는 거라며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사람, 그냥 쉬고 싶은데 생각해서 그런 거라며 놀러 가자고 끌고 가는 사람 등이 그렇다. 본인 생각에 가득 차 있으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것으로 포장한다. 주변 사람들은 포장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본인뿐이다. 어떤 포장지를 고를지 고민할 시간에 어떤 것을 담을지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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