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마음 연습

by 청리성 김작가
『마음에 들고 있는 계산기를 내려놓는 연습』


합기도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안 돼서였다. 친구가 다닌다는 도장에 놀러 갔다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생 때까지 했는데, 그때는 1~2반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무상으로 운동을 했다. 이름이 박혀있는 검은 띠에, ‘교사’라는 호칭도 새겨져 있었다. 4단 승단 심사를 앞두고는, 비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 대학입시를 치를 때는 경찰이 되고 싶은 마음에, 격기 학과로 유명한, 용인에 있는 학교에 시험도 봤다. 합기도 학과. 합격했지만, 다른 학교를 선택했다.


실기시험을 보는 날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5년 전이지만 사진의 한 장면처럼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말이다. 격기 학과에 응시한 다양한 종목 사람들이 운동장에 모였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릴 때 자주 봤던 무협 만화책의 한 장면 같았다. 무술대회를 하면 다양한 무술인들이 한자리에 도열하고 있던 모습. 딱 그 모습이었다. 유도복을 입은 모습만으로 눈을 피하게 되는 사람, 복싱 글러브를 목도리처럼 목에 걸친 사람, 천에 싸인 죽도인지 목검인지를 어깨에 올려놓은 사람 등등. 나는 자연스레, 겸손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합기도 하면 떠오르는 건, 호신술이다.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서 그에 맞는 호신술을 익힌다. 지금도 어떤 부위를 잡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기술들이 몇 가지 있다. 써먹은 적은 없지만. 그때 관장님이 하셨던 말을 기억한다. “한 가지 기술이 몸에 완전히 배려면, 1만 번 정도는 연습해야 한다.” 1백 번도 1천 번도 아닌, 1만 번. 몸에 밴다는 기준은, 자신도 모르게 동작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어떤 부위에 손을 대면 생각하고 동작이 나오는 게 아니라, 몸의 기억으로 실행하는 정도를 말한다.

반복을 통해 몸이 기억하게 한다.

얼마 전에 끝난 올림픽 선수들도 그렇다. 각 종목에 맞는 동작과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그 자리에 선다. 몸으로 성적을 내는 것이 스포츠지만,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면 정신력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 “멘탈을 잡아야 한다. 멘탈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어쩌면 멘탈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이 완전히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몸의 기억이 머리의 기억을 넘어설 때, 온전하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기억은 스포츠만 해당할까?

지하철에서 노약자를 보면 스프링 튕기듯 바로 일어서는 사람,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려는 엄마를 도와주는 사람 등, 순식간에 필요한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도 그렇다. 지하철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생각할 틈 없이 뛰어드는 사람,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바로 달려가 살피거나 119에 전화하는 사람 등. 생각하고 계산할 시간조차 없는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평소 연습을 해왔던 사람들이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연습이나 무거운 것을 드는 연습이 아니다. 철로에 뛰어들거나 119에 전화하는 연습이 아니다. 마음 연습이다.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마음으로 되새기고 기억하는 연습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산하지 않는 연습이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선한 영향력의 중요성을 마음으로 되뇌는 연습이다. 마음 연습을 해온 사람은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렇게 한 행동의 반복은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마음과 몸이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마음 연습은, 어린이가 되는 연습이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연습이다. 계산기를 내려놓는 연습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정말 어렵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순간적인 생각이나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후회하고 아쉬워한다. 그래서 다시 되돌리기도 한다. 넘어졌지만 그대로 주저앉는 게 아니라, 다시 털고 일어나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마음 연습을 한다. 처음에 잘하면 좋겠지만, 그게 바로 되지 않는다면, 되짚어보고 다시 하면 된다.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마음 연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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