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용병술

by 청리성 김작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힘을 실어주는 마음』

골프는 여러 클럽을 가지고, 공을 목표 홀에 넣는 스포츠이다.

각 클럽은 일정한 거리를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 티샷 하는 드라이브라는 클럽이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다. 이후부터는 내 공이 있는 지점의 상태와 목표까지의 거리 등을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클럽을 선택하게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남은 거리에 따라 클럽을 선택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무조건 멀리 보내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중간에 해저드(호수같이 물이 있는 곳)가 있다면 끊어가야 한다.

거리를 잘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150m 이상 보낼 수 있더라도 그 지점에 해저드가 있다면, 120~130m 정도만 보내야 안전하다.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야심 차게 달려들었다가 공이 물에 빠지는 상황을 더러 봤다. 물론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넘겨보겠다는 호기는 쓰라린 마음을 남긴다.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 공도 잃어버리고 타수도 잃어버린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은 많지만, 꼭 필요한 클럽이 없을 때가 있다.

애매한 거리가 남을 때가 그렇다. 80~90m이다. 이에 맞는 적정한 클럽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절해서 공략한다. 70m 보낼 수 있는 클럽으로 낮게 깔아서 많이 튀어 나가게 하는 전략이 있다. 100m 정도 보낼 수 있는 클럽을 짧게 잡고 가볍게 치는 전략도 있다. 이 선택 역시, 공이 놓여있는 상태와 목표물의 위치 등에 따라 판단한다. 생각대로 가면 전략이 맞았다며 환호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개를 숙이고 지난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면서 걸어간다.


골프 백안에 들어있는 골프 클럽을 볼 때, 용병술이 떠오른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거리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닐 때는 고민하게 된다. ‘어떤 클럽을 어떻게 이용하지?’ 공동체에서 사람을 배치하고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이와 같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 있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는 그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앞에서 든 예처럼, 150m를 보낼 수 있는 클럽이 있어도, 이 상황에서는 최악의 결과를 낸다. 오히려 120~130m 정도로 짧게 보낼 수 있는 클럽이 최상의 결과를 낸다.


있는 사람을 적절한 상황에 배치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 이게 바로 용병술이다.

용병술은 스포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용어이기도 하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감독의 용병술을 칭찬한다. 너무도 시의적절한 용병술을 볼 때면 모두가 손뼉을 친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감독에게 질타가 쏟아진다. 심하게는 감독을 경질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만큼 공동체의 리더에게 용병술은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다.

클럽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클럽이 없다면 어떨까?

클럽이 없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클럽이 많이 있어도 사용할 클럽이 없다면 막막하다. 클럽도 이런데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게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리더의 입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용병술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처럼, 암담하다. 그렇다고 용병술의 결과가 구성원의 역량에만 달려 있다고 한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용병술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

적절하게 배치하고 힘을 실어주는 리더에 따라, 구성원의 할 수 있는 역량도 달라진다. 두루두루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도, 용병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적절하게 배치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없던 능력이 솟아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과 방법을 찾기 위해 마음을 다하지 않을까? 그 마음을 통해 반드시 길도 열린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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