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기준

by 청리성 김작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바뀌지 말아야 할 마음의 중심』

나는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살았다.

30대 중반까지 자주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후로는 딱히 들어본 기억이 없다. 연륜(?)이 쌓이면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율하는 방법을 알아서였을까? 좌우에 가림막을 대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았다.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들으면, 이렇게만 했다. 조금의 유연성도 발휘하지 않았다. 그래서 답답하리만큼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융통성이 없는 게 아니라, 정해진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라 믿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선배한테서 몇 시까지 어디에 모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구들 몇 명이 함께, 모이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동하는 중에 한두 친구가 출출하니 편의점에서, 라면 하나 먹고 가자고 말을 꺼냈다. 다른 친구도 동의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칫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친구들은 충분히 맞춰서 갈 수 있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장소로 이동했고, 다른 친구들은 라면을 먹고 왔다. 약속 시간에 맞춰서.


융통성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단어였다.

융통성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유연성’의 모습보다, ‘간교함’의 모습이 더 두드러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의에 따라, 합의한 것을 이리저리 조절하는 것으로 느꼈다. 융통성이라는 명목하에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느낌이랄까? 왜 그런 사람 가끔 있지 않나?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더 좋은 방법인 것처럼 꾸며서 규칙을 바꾸는 사람. 내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융통성이라는 단어에 노이로제가 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을 수도 있다.

군대에서 다짐했던 한마디의 문장. “나 자신과 타협하지 말자!” 나는 의지가 참 약하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거나 결심한 것을 끝까지 지킨 적이 별로 없다. 지키지 못한 것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지도 못했다. 가벼운 건 오래지 않아 흘려버리지만, 굳게 다짐한 건 오랫동안 흘려버리지 못했다. 지키기도 못하고 마음으로 앓기만 하는, 정말이지 꼴불견이었다.


군대에서 이런 모습을 고치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수양록(군대에서 쓰는 일기) 첫 페이지는 물론 관물대 안에도 써서 붙여놓았다. 매일 이 문장을 보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리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군대라는 틀 안에 있었기 때문에 잘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는 융통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사람과 환경으로 갈등이 많았다. 그렇게 다시 무너질 수 없다는 마음에, 융통성이라는 단어를 혐오(?) 했는지도 모르겠다.


융통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잘 사용하면 좋은 도구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 무기가 된다. 하긴 뭔들 안 그렇겠느냐마는. 중요한 건 융통성을 발휘하는 기준이다. 융통성을 발휘할지, 원칙을 지켜야 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각자가 이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람이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이렇다.

“모두에게 이롭냐? 그리고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 모두에게 이롭냐는 것을 설명하면 이렇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은 없다. 다만 융통성을 발휘함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원칙대로 하면 문제가 없지만, 융통성으로 피해를 본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그러면 누가 원칙을 지키려 하겠는가?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는 적용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문제다.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몰아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면 이렇게 된다. 두루 살피지 않고, 내 것만 바라보면 그렇게 된다. 시야가 좁아지고 그에 따라 마음도 좁아진다. 역산하듯 나에게 적용했으면 상대에게도 적용해 봐야 하고, 상대에게 적용했으면 나에게도 적용해 봐야 한다. 그래야 오류가 없다. 그렇게 기준, 그러니까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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