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말과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내로서 이겨낼 때 얻을 수 있는 것』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競走) 이야기는 유명하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걸었던 거북이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는,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비록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고 가당치 않은 목표로 보이지만, 꾸준하게 걸으면 원하는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지나간 것을, 페어플레이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그리고 끝까지 걸었다는 메시지를 압도하지는 못한다.
거북이의 머리와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
출발 소리와 함께 힘차게 뛰쳐나가는 토끼를 한번 쳐다본다. 지금 막 시작했지만, 이미 게임이 끝난 듯 느껴진다. 왜 이 경주를 받아들였는지 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냥 기권하고 말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러기에는 나를 지켜보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과 가족이 마음에 걸린다. 남들은 불 보듯 뻔한 게임을 뭐 하려 하냐고 비웃었지만, 그런 말과 시선에 개의치 않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과 가족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잠시나마 떠올렸던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가로젓고 앞을 본다.
토끼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래! 내 목표는 토끼를 이기는 것이 아니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누가 뭐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그래야 최소한 나한테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이렇게 다짐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경쟁 상대는 토끼가 아니라, 내 인내(忍耐)라고 생각하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발 한발 걸어간다.
욕심을 부려 페이스를 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그냥 꾸준하게 한발 한발 내디딘다. 토끼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버려서일까? 땀을 식힐 정도로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느껴진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청아하게 들린다. 그리 강하지 않은 햇살은 포근하다. 땅에서 올라오는, 물기를 머금은 흙냄새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왜 지금까지 하지 못했을까?’ 평소에도 자주 걸었던 길인데 새롭게 느껴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연을 느끼면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많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 토끼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벌써 도착했으려나?’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토끼가 나무 그늘 아래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등을 지고 있어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여유 있어 보인다. ‘그렇게 달렸으니, 지칠 만도 하겠지. 그래도 뭐, 금방 따라붙고 이길 테니까. 토끼도 자기만의 페이스대로 하는 거겠지? 괜히 간섭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또 걷는다.
결승점이 보인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드니, 몸속에 들어오는 공기와 함께, 강한 기운이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지쳤던 몸과 마음이 충전되었다. 10m, 5m, 3m 드디어 결승선을 지났다.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 들 때쯤, 강한 바람과 함께 토끼가 결승선을 통과한다. 내가 이겼다.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승부라고 했던, 이 경주에서 내가 이겼다. ‘그래! 모든 승부는 타인과 겨루는 게 아니다. 내가 의지를 갖고 인내로 버티면, 어떤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는 나의 것이다!’
거북이로 빙의돼서 써봤는데, 쓰면서 좋은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인내하는 힘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에서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의 말 때문에 혹은 누구의 시선 때문에 주저앉지 말고, 내가 정해놓은 것을 묵묵히 해나가면 승리는 나의 것이 된다. 승리할지 말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자신은 행복해지기로 결정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 승리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