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길에 대해, 세상이 정의하고 불러주는 것』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죽어서 무엇을 남길지 생각해 보라는 의미의 속담이다. 호랑이뿐만 아니라 털이 달린 동물이나 쓸만한 가죽을 가진 동물들이 죽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잘 활용한다. 오히려, 털이나 가죽을 얻으려고 일부러 죽여서 문제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있다. 동물도 죽으면 그냥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남기고 가는데, 사람은 그보다 더한 것을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에 이런 속담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비석이나 유골함에 새겨지는 이름을 뜻하는 건 아닐 거다. 세상에 남은 사람이, 그 사람의 이름을 들었을 때 드는 느낌이나 생각을 의미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들으면 아쉽고 그립고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이름을 들으면 안타깝고 씁쓸하고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게 된다. 이런 느낌과 생각이, 이름을 남긴다는 의미를 잘 설명해 준다.
사람이 이름을 남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떠나는 사람이 “내 이름을 아름답게 기억해 줘!”하고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떠나고,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정의(定義) 하고 기억한다. 모두가 좋게 정의해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사람이 없듯,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자기 소신으로 걸어가는 게 필요하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쓰여 있는 문장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발자취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길을 걸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이름을 정의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위인이나 성인(聖人)들의 이름을 좋게 기억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시밭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음에도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한 길만 걸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나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마음과 행동이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후회만 하고 말 것인가?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의미 있게 이름을 남기는 방법이 있다. 장기기증이다. 장기기증을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 자신은 비록 세상을 떠나지만, 기증하는 몸 일부는 세상에 남겨져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누군가의 몸 안에 자신의 이름이 함께하는 거다. 이보다 더 좋게 이름을 남기는 방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