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주제

by 청리성 김작가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노선 지키기 』

영화를 보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전부 그렇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거의 그렇게 한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바로, 줄거리를 살피는 일이다. 영화 포스터나 티저 영상 아니면 영화 정보에 요약된 줄거리를 읽고, 어떤 영화인지 확인한다. 어떤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등을 살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주제 파악’이다.


어떤 주제인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제에 따라 기대하는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대조차 되지 않다면 아예 영화를 보지 않겠지만, 기대되는 주제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를 하면서 보게 된다. 최소한, 예상했던 이야기 전개는 돼야 만족이 된다. 반전 매력 등으로 잘 풀어 기대 이상의 전개와 마무리라면, 최고의 영화가 되는 거다. 몇 번을 다시 보게 되는 인생 영화 말이다.


주제 파악은,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배경이나 이야기 전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때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이외에, 개인적으로 또 다른 메시지를 얻기도 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생각에 더해진,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얻을 때가 있다. 메시지가 매우 강력할 때는 흥분되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 황금 덩어리를 나만 발견한 기분이랄까?


주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혼란스럽다.

내가 예상하는 길과 영화가 흘러가는 길이 다르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집중이 되지 않고 마음도 불편하다. 엔딩 화면이 올라갈 때 속으로 이렇게 묻게 된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마케팅이 나를 이겼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KO 패 당하는 기분이 이럴까?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결과야 어쨌든, 내가 선택했으니 말이다.


영화보다 더 중요하게 해야 할, 주제 파악이 있다.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사람에게 주제를 파악하라는 말이 좋은 의미로 들리진 않는다. 일상에서, 타인에게 안 좋은 의미로 건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파악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자신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의미다.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우(愚)를 범하는 과정이 쌓이면, 문제가 발생한다.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다. 다른 사람들이 이유를 알아차리고 조치할 때 깨닫는다면, 이미 늦었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계속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최소한의 의무라 말한다. 더 중요한 건 뒤에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것.

앞서 말한 행위가 주제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면, 이는 주제를 벗어난 행위다. 주제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은 답답하기는 해도, 사고(事故)로 이어지진 않는다. 주제를 벗어나면 빠르게 혹은 편하게 갈 수 있을지 모르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당위성’과 ‘정당성’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 당위성과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정당성.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어디에 더 무게를 실을지를 결정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주제를 벗어나게 하는 건, 정당성이라는 사실이다. 적절한 정당성은 괜찮지만, 과도한 정당성은 자칫 자신에게 부여하는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정당성이 면죄부가 되는 순간, 주제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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