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것에, 마침표를 찍는 것』
우리나라 말 중,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
말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여러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말이 “됐어!”이다. 여기서 됐다는 말은, 괜찮다는 의미로, “괜찮아!”라고 대체할 수 있다. 괜찮다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정중한 거절의 의미도 갖는다. 아이들이 먹을 것이 생겨 어른에게 권하면, 대부분 어른은 지긋이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괜찮아! 너 많이 먹어!!” 나도 이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노래 가사처럼, 괜찮다는 말이 실은, 너무 괜찮지 않다는 의미일 때도 있다. 그냥 괜찮지 않은 게 아니라, 강력하게 괜찮지 않음을 표현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남녀 사이에서 주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누군가 씁쓸한 표정으로 괜찮다는 말을 한다. 다른 누군가는 그 말이 진짜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오래전에 봤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연인이 아닌, 한 남녀가 섬으로 바람 쐬러 갔다가 배가 끊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섬이라 숙박시설이 여유 있던 게 아니었던 터라, 간신히 방 하나를 잡고 들어갔다.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여자가 제안한다. 방 가운데 청색 테이프로 선을 긋고, 이 선을 넘어오면 짐승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남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청색 테이프를 넘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여자가 갑자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말한다. “야!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상대방이 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가, 낭패를 볼 때가 있다.
‘그냥 얘기하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하나?’라며, 야속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질 때다. 어찌할 바를 모를 때는, 정말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눈치코치 없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좋게 표현하면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그 어떤 자의적인 해석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함. 때로는 이런 마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대놓고 물어보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짐작해서 판단해야 한다. 확실하게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근접할 방법은 있다. 생각의 중심을 나에게 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두는 것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
시험 때면 어김없이 언급되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 놓이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등을 동원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때는, 그 중심에 내가 아닌 그 사람을 놓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거다.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사람의 처지에서는 어떤 마음일까?’
의도 파악의 마침표는, 행동이다.
말을 듣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따라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의도를 파악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만으로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의도 파악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행동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