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보살핌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가는 길에 순간순간 뿌려진, 소소한 기적들』

2021년이 지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는데, 제일 먼저 드는 느낌은 아쉬움이다. 목표했던 것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더 좋은 마음으로 살지 못한 아쉬움 등이 남는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는 건, 내 의지와 노력으로 더 채울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아쉬운 마음이라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아쉬움과 안타까움만 있다면 삶이 너무 씁쓸하지 않을까?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휘몰아쳐도 버틸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뜻밖의 선물 때문이다. 자신 의지와 노력이 잘 버무려져서 얻은 기회와 도움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과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다. 일상에 뿌려진 소소한 기적들은, 방전되어가는 핸드폰에 충전기를 꽂듯,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한 해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쳐서 주어지는 선물도 있다.

내 인생에서 얻은 뜻밖의 큰 선물은, 세 가지다.

가정과 직업 그리고 직장이다. 계획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고 이어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모두 나에게 선물이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직업의 흐름만 봐도 그렇다. 체육 교사를 꿈꾸던 나는,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유아 체육 강사를 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임용고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졸업하고 직업으로 삼았다. 강사 2년 포함 그렇게 5년 동안 유아 체육을 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을지 물음표가 생길 정도로 비중이 크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뒀다.

반년 정도 준비하고 시험을 치렀는데, 떨어졌다. 그리고 첫째가 태어났다. 더는 시험을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아 체육을 했던 회사에 연락해서 다시 취업했고,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부수적으로 인터넷 전화 영업을 했다. 인터넷 전화가 나온 초창기였다. 한 번에 여러 대를 팔기 위해, 지인 회사를 통해 소개를 받던 중, 고등학교 선배가 하는 회사에 방문하게 되었다. 거기도 마침, 회원명부에 광고 영업할 사람이 필요했다며 나에게 해보라고 권했다.

광고 영업을 하면서 그 회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의료 학회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일이었는데, 인쇄 관련 일도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에 일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사람을 뽑을 생각은 없었지만,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했고, 우연한 기회에 제약회사 심포지엄 진행을 맡게 되었다. 맨땅에 헤딩한다는 말처럼, 시스템과 경험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을 회사를 옮기면서 15년 동안 해왔다. 처음에 말도 못 하게 고생했지만, 그렇게 고생한 경험이 지금까지 버틸 힘이 되어주리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 분야에서 뭐라도 이루려면 버텨야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작년, 나에게 가장 큰 이벤트는 부서 이동이었다.

15년 동안 해오던 업무에서, 전혀 관심을 가져보지도 해보지도 지식도 없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4개월 정도 지나고 있는데, 지식적인 부분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대략 흐름은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느낌까지는 도달했다. 더 많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 업무를 파악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고 있는 것에 흥분이 되기도 한다.

2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중간중간에도 느꼈지만, 다시금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뜻하지 않은 사람과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들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 기회 안에서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도전을 통해 성장해왔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 순간순간이 보살핌이었다. 보살핌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까불지 말고 겸손하게 그리고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살기로,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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