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함께

by 청리성 김작가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 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태』


매년 맞이하는 기념일이 있다.

개인적인 기념일도 있지만, 공식적인(?) 기념일도 많이 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맞이하는 ‘설날’부터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주님 성탄 대축일)까지 그 의미와 함께 기쁨 혹은 슬픔을 기억한다.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는 큰 의미와 함께 매우 기쁜 날이다. 그 기분을 한껏 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미사 참례도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일상의 기적을 맞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 맞이한 크리스마스는 조금 더 의미가 깊었다.

성탄 전야 미사를 마치고 작은 음악회가 진행되었는데, 우리 가족이 함께 찬양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사목회에서 부탁하시기는 했지만, 제안을 들으면서, 오히려 우리 가족에게 매우 큰 선물이라 생각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찬양 연습하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함께 연습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모습 자체가 선물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망설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


저지르고 생각했다.

나 혼자 듣고 결정했지만,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모두는 가톨릭 찬양 사도단 ‘이노주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찬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 다만 아는 사람이 많은 본당에서 하는 것이 쑥스럽다며, 반대할 가능성은 있었다. 특히 고등학생인 첫째가 제일 마음에 걸리긴 했다. 빼고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족 모두가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완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완전체를 중시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좀 놀라기도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하냐고는 했지만, 내가 받아들인 의미를 얘기하니 오래지 않아 수긍했다. 첫째도 어떻게 하냐며 발뺌을 하더니 이내, 같이하기로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하고, 나는 퇴근하고 와서 잠깐 함께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 시간이 짧아서, 조금씩만 색깔을 넣기로 했다. 시작하는 앞부분을 가족이 파트를 나눠 화음을 넣었고, 일부분은 가족이 돌아가면서 솔로를 하도록 구성했다.


찬양 준비를 위해 미리 성당에 갔다.

급작스럽게 그리고 본당 내에서 간단하게 진행하는 거라, 음향 장치 등은 본당에 있는 것을 사용하였다. 키보드와 기타만 우리 것을 가지고 갔다. 마이크도 원만하지 않았고 앰프도 원만하지 않아, 준비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모든 게 잘 갖춰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처럼, 함께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찬양하는 동안, 우려했던 대로, 연습한 것보다 여러모로 잘 안됐다.

아내와 나는 표정으로 그 마음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함께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치킨과 떡볶이를 시켜서 찾으러 갔다. 이동하는 동안 아내는 계속, 너무 아쉽다며 혼잣말로 반복하며 읊었다. 지인이 찬양 영상을 보내주었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우려했던 것만큼은 아니라며, 아내는 굳었던 마음을 풀었다. 우리 서로, 그나마 다행이라며 위안 삼고,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나누며 성탄 전야를 마무리했다.


‘뭣이 중헌디?’

가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쉽게 사라질 것 그리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에 온 마음을 쓸 때, 머리를 내려치는 한마디다.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인데,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는 것 같은 마음을 일갈하는 한마디이기도 하다. 그렇다! 무엇이 중요한지 잘 살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것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허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참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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