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 역량

by 청리성 김작가
『시대가 바뀌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한 능력』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내가 오랜 시간 되새기는 문장 중 하나인데, 살레시오 수도회와 수녀회를 설립하신, 요한 보스코 성인의 말씀이다. 되새길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그리고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문장이다. 이 말씀의 핵심은 이렇다. 사랑의 중심은, 하는 내가 아니라 받는 타인이라는 거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하고 표현해도, 상대방이 느끼지 못하면 그건 사랑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스토킹 같은 게, 단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입으로 하는 경청’

최근 코칭에 대해 교육을 받고,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자주 눈에 띄는 표현이다. 경청이라 하면 귀로 하는 것인데, 입으로 한다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아! 맞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을 명확하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입으로 하는 경청을 쉬운 표현으로 하면, 맞장구다. 이렇다저렇다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공감하면서 맞장구쳐주는 거다. 그것만으로 상대방은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데 왜 그리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몰라서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해보지 않아서 몰랐고, 모르니 그 효과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말로는 들었지만, 그 효과가 좋을 거라는 생각에 공감하지 못했다. 잘못된 것은 명확하게 일러주고 고치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그 사람만의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대방의 속도 모르고 충고랍시고 떠들어 댔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졌다. 쥐뿔도 모르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코칭 실습을 하면서 깨달았다.

입으로 하는 경청의 힘을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더 놀라운 건, 자기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 마음 깊은 곳에 덮어둔 생각을 끄집어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표현한 생각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생각이었다.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렇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가, 자기 사랑이 부족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그렇다.


여기저기서 많은 역량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IT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소개한다. 다 필요한 것 같고 다 중요한 것 같다.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역량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공감과 경청하는 역량이다. 이게 무슨 역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감과 경청도 많은 연습과 노력을 해야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어렵다.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만은 꼭 갖추면 좋겠다.

‘항우’와 ‘유방’의 대결은 매우 유명하다.

여러 여건으로 봤을 때는 항우가 우세하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 이유에 대해 유방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장량’만 못하다. 국가의 안녕을 도모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군대의 양식을 대어 주는 것은 ‘소하’만 못하다.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나아가 싸우면 이기고 공격하면 빼앗는 것은 ‘한신’만 못하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고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해줬다. 그래서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또한, 공감과 경청의 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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