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의지를 다지고 확보해야 하는 시간』
영화 <검사 외전>에서 나온, 기억나는 대사가 있다.
악역으로 나오는 이성민 배우의 대사다. 검사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려는 그가, 뒤를 봐주는 폭력조직의 우두머리를 겁박하며, 한 말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자신은 매일 아침 2시간씩 명상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누가 내 편인지 누가 자신의 뒤통수를 칠 사람인지가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신성한(?) 명상을 이런 상황에 빗대어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게 있다.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통해, 사리 구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가끔 새벽 시간에,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한참을 고민해도 풀리지 않던 일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할 때나 멍하니 앉아있을 때, 문득 답이 떠올랐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쪼그려 앉아있는데 한 줄기 빛이 내리더니, 이내 온 공간을 환하게 비추는 것처럼 명확해진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문제를 새벽에 집중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항상 그렇진 않지만, 꽁꽁 잠겼던 문이 스르르 열리는 것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때가 있다.
신기한 건,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 희한하게 떠오른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맞다! 왜 그 사람을 생각 못 했지?’ 연락하고 부탁해서 쉽게 해결한다. 관련 지식이 전혀 없던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도 그랬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원래 알고 있던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야말로 ‘미라클 모닝’이었다. 새벽 시간에 대한 믿음은 그렇게 단단하게 굳어갔다. 그래서 새벽 시간에는 어떻게든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나는 그래서, 새벽 시간을 사랑한다.
평일에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아쉽지만, 쉬는 날은 온전히 그 시간을 느끼려고 한다. 2~3시간이, 뭘 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간다. 예전에는 그냥 보내는 새벽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마음이 갑갑했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나를 짓눌렀던 거다. 하지만 새벽에 깨어있는 그 자체를 즐기면서부터는 뭘 하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깨어있는 혼자만의 시간 그 자체가 좋다. 매일 하는 루틴을 하고, 이후 시간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 책을 읽기도 하고 계획을 점검하기도 한다. SNS를 할 때도 있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때도 있다.
지난 설 연휴 때는, 2:30쯤 일어난 날도 있었다.
2번 정도 그랬는데, 전날 좀 일찍 잠들었더니 그 시간에 무리 없이 일어났다. 온전히 혼자 보낼 수 있는 새벽 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되었다. 다행히(?) 가족들이 늦잠을 자서, 직장에서 보내는 일과시간만큼 보낼 수 있었다. 새벽 시간은 몰입해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잠깐 책을 읽은 것 같은데, 1시간 반이 지났다는 것을 알기도 한다.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먹는 걸 좋아하는 어떤 사람은 자기가 먹고 있으면서 음식이 줄어드는 게 슬프다고 했다는데,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새벽 시간은, 참 느낌이 다른 시간이다.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 더 그렇다고 생각된다.
물론 다른 시간도 혼자 있을 수 있지만, 그 혼자만의 시간과는 다르다. 공기부터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 온전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과시간에는 시시때때로 누군가 찾거나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에게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르다는 거다. 내 마음부터가 이미, 해야 할 일이나 만나야 할 사람에게 쏠린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순도가 떨어진다. 내가 좋다고 말했지만, 정말 자기가 좋아서 좋다고 했는지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니 자기도 좋은 건지 알 수 없다.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선택을 수용한 것뿐일 수도 있다. 어떻게 아냐고? 그때 결정한 것과 새벽에 조용히 혼자 생각한 것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무엇이 진짜 인지를 말이다. 이것이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