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여지(餘地)

by 청리성 김작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단정 짓기 전에, 한 번 더 살펴보는 마음』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판단하면 어떻게 될까?

상관이 있을 뿐인데,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로 판단할 때가 있다. 자기 확신이 강할 때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이런 실수를 범하게 된다. 다른 의견이나 경우의 수를 따져보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봐도 그렇다. 전혀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끼워 맞춰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몰고 갔다. 그렇게 억울하게 고통받고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다.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그래서 어떤 책에서는, 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하루 3시간씩 10년, 어떤 분야든 그렇게 몰두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한 직업 혹은 직장에서 10년 정도 일한 사람이라면, 그 역량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루 3시간이 아니라 최소 8시간 이상을 일하니 말이다. 시행착오와 다양한 노력 그리고 갖은 모욕과 시련을 통해 쌓아 올린 경험은,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정말 큰 자산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긴다.

그렇다면 경험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일까? 잠시 생각해 보자. ‘당연히 그렇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미심쩍은 무언가가 머릿속을 어슬렁거린다. 무시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무엇일까? 여지다. 일말의 여지. ‘만약’이라는 여지가 자기 좀 보라고 손을 흔들어 댄다. 그 모습에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무시하고 그냥 갈 수도 있다. 그 선택에 따라 별일 없을 수도 있지만, 매우 큰 갈림길로 나뉠 수도 있다. 그에 관해 책, <언바운드>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경험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경험이 풍부할수록 현명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데이터 리터러시가 미숙한 상태에서는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험에 의해 파악한 인과관계를 데이터에 의한 상관관계라고 착각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더욱이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논리 구조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외부의 데이터를 가져와 활용할 때조차 다양한 데이터를 가져와 여러 관점에서 돌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 구조에 필요한 데이터만 가져와 인과관계를 파악한다.』


경험에 의한 선택적 집중에 대한 부작용을 잘 설명했다.

경력자의 가장 큰 단점이 그렇다. 여러 데이터가 있을 때, 여러모로 잘 살펴보지 않는다. 이미 자기 논리에 따라 구조의 틀을 갖춰놓고, 그에 맞는 데이터만 가져다 맞춘다. 퍼즐로 치면, 퍼즐 조각을 맞춰서 어떤 모양인지 살피는 게 아니다. 퍼즐 판에 맞는 조각만 갖다 맞추면서 “봐봐! 내 말이 맞잖아!” 하는 모습이다.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지 본인만 모른다.


직감이 왔을 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한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돌려보면 된다. 앞을 봤으면 옆도 보고 뒤도 보고 위도 보고 아래도 본다. 장님 코끼리 만진다는 속담처럼 내가 만진 게 전부라는 생각을 접고 여기저기 만져본다. 산수로 따지면 검산(檢算) 같은 거다. 검산의 장점은 두 가지다. 내 답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거나, 내 답이 맞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요즘 질문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조만간, 그동안 읽었던 질문에 관련된 책을 다시 한번 살펴볼 생각이다. 질문의 힘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하는 질문의 힘도 엄청나지만, 나에게 던지는 질문의 힘도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 힘에 의지해서, 프런티어 정신을 발휘하려 한다. 그동안의 아집(我執)에서 벗어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올해 나에 가장 큰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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