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도전

by 청리성 김작가
『내 마음의 한편을 타인에게 내어주어 받아들이고, 같이 걸어가는 마음』


비가 오면 어릴 때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서울이라고 해도 흙바닥 천지여서, 비가 오면 바닥에 물이 군데군데 고였다. 그러면 친구들끼리 나뭇가지나 뾰족한 돌을 가지고 모였다. 빗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파기 시작한 길은 한곳으로 모이게 했다. 대체로 지대가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해서, 하수구 쪽으로 향하게 했다. 나름 배수(排水)를 했다고나 할까? 비를 맞으며 그렇게 만들고 나면,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뿌듯해했다.

빗물이 흘러가는 곳은, 우리가 파놓은 길이다.

빗물은 파인 곳으로만 흘러간다. 우리가 파지 않은 곳으로는 흘러가진 않는다. 파인 깊이보다 빗물에 양이 많으면 넘치기는 하나, 그렇지 않은 이상, 파인 곳으로만 흘러간다. 새로운 길을 만들지 않으면 파인 길로만 갔다. 빠르게 흘러가는 빗물을 보면서, 우리가 낸 길로만 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누군가 새로운 길을 내야, 지금까지 흘러가던 물길이 바뀌었다.


어떤 목표가 생기면, 의도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빗물을 하수구 쪽으로 흐르게 하자는 목표에 따라 길을 내는 것과 같다. 그렇게 계속 의도한 행동을 하게 되면 파인 길처럼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한번 자리 잡은 습관은 관성의 법칙에 힘입어 계속 쭉 흘러가게 된다. 다른 길을 내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 길처럼 흘러간다. 다른 길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냥 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길을 바꾸는 건 여러모로 힘들고 신경 쓰인다.


해야 할 것 같은데 망설여지는 일이 있었다.

길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잘 흘러왔지만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에 흐름 때문이기도 했고 내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망설였다. 이런 생각들이 망설이게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괜히 신경만 쓰이는 거 아냐?’, ‘지금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굳이?’, ‘안 해도 별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뭐’ 등등 길을 내지 않아도 크게 체감되는 압박이 적었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내지 못했다.

사는 대로, 원래 살던 대로 살아왔다.

하지만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그때, 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망설임의 끝자락에 하지 않기로 한 일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왜일까? 관성의 법칙에 순종했기 때문이다. 살아온 관성의 법칙이, 새로운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나를 향해 노크를 해왔다. 하고 안 하고는 순전히 내 판단에 의해서였다.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살짝 망설임의 순간에 놓이면, 일단 저지르고 봤다. 갈까 말까를 망설이면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으면, 일단 그냥 한 발을 내밀었다. 누군가는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지만, 나는 행동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만큼은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전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을 갖는 건,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서다.


2022년은 그렇게 새로운 도전 몇 가지를 한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살짝 두려움으로 마음이 조여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나 혼자 하는 것도,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의 조임을 풀어놓을 수 있다. 나만의 방식을 고집하지도 않을 거고, 내가 잘해야 할 수 있다는 마음도 내려놓을 거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모으고 함께 발맞추어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원하는 곳에 함께 도달해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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