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즐기는 시간
마음의 닻을 내리는 시간
인생을 비유하는 것은 여러 개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라톤과 항해(航海)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 때문이라 그런 것 같다.
항해(航海)에 비유할 때 이렇게 표현한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방향을 향해 이동한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을 때는, 이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바다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거센 바람이 불고 집어삼킬 듯한 파도가 일기도 한다.
먼바다에서 바람과 함께 큰 물결이 다가온다.
항해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안전한 곳에, 닻을 내린다.
닻이 흙바닥에 박히거나 단단한 돌 틈 사이에 끼었다면 안심이 된다.
배를 안전하게 고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고리가 잘 걸리지 않은 느낌이 들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닻이 배를 안전하게 고정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파고가 있을 때, 닻을 단단히 잡아주어,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마음이 편안할 수도, 불안할 수도 있다.
닻이 안정적인 곳에 닿지 않으면, 작은 바람이나 흔들림에도 초조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어떠한 바람과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고정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훌륭한 항해사는 그곳을 잘 알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쳤겠지만, 그곳을 찾는다.
닻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면, 근심이 적어질 것이다.
내가 매일 닻을 내리는 시간이 있다.
새벽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 마련된 제대 앞에 초를 켜고 꿇어앉는다.
감사한 일을 떠올리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잘못한 일에 대해 떠올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다짐을 한다.
늦게 일어나서 시간이 없을 때는, 출근하는 동안 그렇게 한다.
잘못하는 행동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면, 회의(懷疑)가 생기기도 한다.
바라는 것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추지 않는다.
닻을 내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잡아주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주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닻을 내리는 시간이 등산이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낄 때, 등산을 그 시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어두웠을 때 집에 도착한 것으로 기억된다.
올라갈 때는, 땅만 보면서 빠른 속도로 올랐다.
거의 쉬지 않고 올라갔다.
산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숨쉬기가 힘든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조금만 버티면 다시 숨쉬기가 편안해진다.
오래 달리기 할 때, 처음 얼마간은 숨이 차지만, 시간이 지나면 숨 쉬는 흐름이 부드러워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거침없이 오르면서, 정리해야 할 생각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떠올린 생각들은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정리가 된다.
누군가의 조언을 들은 것도 아니고, 책을 찾아본 것도 아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되묻고 되물은 질문들이 답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찾아낸 답은, 산에서 내려가면서, 차분하게 다시 한번 정리했다.
마음이 단단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닻을 내리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치고 힘들수록 마음을 더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한다면, 자기 생각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게 된다.
진짜 내 생각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무언가 결정했을 때, 찜찜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원해서 결정했지만, 뭔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내가 나를 알아야 비로소 다른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다.
홀로서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함이다.
건강하게 함께 하기 위해서는, 홀로 서는 연습을 해야 한다.
p.s 댓글로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적어주세요. 좋은 나눔의 장이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