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용서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먼저 구해야 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마음으로 찬찬히 음미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의견이 충돌돼서 논쟁이 벌어졌는데, 내가 이겼다. 상대방이 내 뜻에 따르기로 한 거다. 그러면 마냥 좋아야 하는데, 마음 한쪽이 찝찝하다. 허무하다는 느낌이 더 적절할까? 아무튼, 유쾌하지 않다. 오히려 내가 잘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소리 없는 총성이라는 표현처럼, 내가 드러내놓고 잘못하진 않았지만, 보이지 않게 잘못한 게 있지 않나 살피게 된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아! 언제 그런 느낌이 들었나 생각해 보는 게 더 빠르겠다. 그런 느낌이 든 이유를 찾는 것 말이다. 아내가 고가의 어떤 제품을 사자고 했는데, 지금 형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한마디 했던 때가 있었다. 아내는 더는 말하지 않고 내 말을 따랐는데 그때 그랬다. 아이가 어떤 요구를 했을 때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설명하자, 아이는 알겠다며 돌아섰는데 그때도 그랬다. 직급이 낮은 후배와 논쟁을 벌였을 때도 그랬다.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라며 이런저런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알겠다며 돌아갔는데 그때 마음도 그랬다.

이겨도 본전.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선수가 시합하면, 프로선수가 할 수 있는 말이다. 프로선수라는 건 이미 높은 기량이 검증됐다는 말이다. 그 기량으로 자신의 몸값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와 시합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프로선수가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겨도 본전이라는 말을 하는 거다. 하지만 이겼다고 해도 대등한 상태에서 이기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아마추어 선수를 더 기억하게 된다. 결과는 프로선수가 이겼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아마추어 선수의 승리로 기억한다는 말이다.


내가 그런 느낌이었다.

이겨도 이긴 느낌이 들지 않은 게, 그런 이유였다. 결과적으로는 이겼다고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아내와 아이는 물론, 후배까지 모두 그렇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제압(?)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 의견을 따르게 하고 내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는 옳고 그른 게 결정에 중심이 되지 못한다. 힘의 논리가 결정에 중심이 된다.


그렇게 해놓고 마음이 쓰인 적이 더러 있었다.

뭐라 한소리 하긴 했지만, 왠지 마음이 짠할 때가 있었다. 그렇게까지 할 이야기였나 돌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됐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게 된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대를 고집했는데, 다르게 보였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런 모습이지 않나 싶다. 처음 마음에 거슬리면, 따져보지 않고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것 말이다. 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더 그런 마음이 드나 보다.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누르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 가까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오래전 그렇게 한 사람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다. 용서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알고 있거나 혹은 잊고 있던 부분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혹시 잊고 지냈던,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마음으로나마 용서를 구하고 그 사람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빌어주면 좋겠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통해, 내가 나를 용서하고 자신과 화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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